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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Jan 12. 2021

지원동기를 뭐라고 쓰지?

'돈 벌고 싶어요'를 늘려 쓰기

최근 채용 공고가 뜬 기업 중 이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고 싶었던 곳이 있어 이번 기회에 꼭 한번 지원해 보고자 마음먹었다. 그 회사는 포트폴리오가 선택사항이었으나 나는 포트폴리오까지 만들어 알찬 이력서를 제출하겠노라 다짐까지 했다. 그리고 오늘,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며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력서 작성을 클릭했다. 그런데... 지원동기가 뭘 쓰는 거였더라?


'안녕하세요, 000입니다.'의 늪

호기롭게 이력서 작성을 클릭하고 마주한 건 내 인적사항을 기입하는 질문들이었다. 이쯤이야 뭐, 대학 지원서 쓸 때도 수없이 썼던 거니까, 그리고 대외활동 지원서를 작성할 때 엄청 자주 썼던 거니까 어렵지 않았다. 수상실적과 활동 이력까지 작성하고 난 다음 본격적으로 이력서 질문들을 마주했다. 자기소개... 지원동기... 본인의 장/단점... 입사 후 포부... 보편적인 문항들이었다. 대학 입학을 위해 작성했던 도합 3,500자~4,000자짜리의 자기소개서보다 오히려 더 나은 상황일지도 몰랐다. 그런데도 나는 페이지를 띄워둔 채 10분 동안 멍하게 앉아있었다. 원인은 하나였다. 이력서를 안 쓴 지 너무 오래됐다.


자기소개란에 '안녕하세요, 000입니다.'까지만 써놓은 채 생각에 잠겼다. 내가 마지막으로 이력서를 쓴 건 졸업도 하기 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6개월 정도 전에 무언가 조급한 마음이 생겨 구직사이트 폼을 이용해 대강 써서 올려놓은 것과 중간중간 친구와 함께 인턴 지원서나 입사 지원서를 썼던 몇 번 안 되는 경험밖에 없다. 그러니까 놀랍게도 나는 2020년 8월 대학 졸업 후에는 제대로 된 구직 지원을 처음 해보게 된 셈이다. (이전 회사는 구직사이트 이력서를 보고 연락을 주었기 때문에 제외했다)


졸업한 지 4달 여가 지나 다시 써보는 이력서는 솔직히 암담했다. 그 사이 업데이트된 스펙은 보이지 않았고, 가장 최근 활동은 한 달 다니다 먼저 퇴사를 요청한 이전 회사에서의 단기 알바와 같은 경력밖에 없었다. (그냥 경력이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 보니 이력서의 맨 처음 고정 문항과 다를 바 없는 '자기소개'를 뭐라고 채워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난 왜 지원하고 싶은 기업 스크랩을 할 때에 어떤 걸 쓸지 1도 미리 생각하지 않은 걸까. 후회해봤자 늦었다. 채용 마감 시간은 칼 같고, 나는 일개 지원자일 뿐이다. 이제부터 미션은 기한 내에 지원서를 무사히 제출하는 것이다.



'돈 벌고 싶어요'를 300자로 늘려 쓰기

자기소개를 어떻게 다 써도 다음이 문제였다. 지원동기는 또 뭐라고 쓸까. 솔직히 말해서 모든 입사 지원자들의 지원동기는 다 똑같지 않을까? '돈 벌고 싶어요' 내가 여기서 덧붙인다면, '제 가치관과 맞는 곳,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곳에서 돈 벌고 싶어요'가 될 것이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돈'을 언급할 수는, 언급해서는 안된다는 걸 모르지 않기에 난 또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고민에 빠져있다가 별 생각이 나지 않아 브런치로 옮겨왔다.


문예창작을 전공으로 삼았지만, 문학적인 글쓰기만 해본 탓에(사실 이 말엔 핑계가 90%) 객관적인 글쓰기나(ex. 논문) 어떤 내용을 요약하거나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걸 잘 못한다. 지금 지원을 준비하는 이 회사는 활동 내용과 목표가 내가 지향하는 '선한 삶'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래서 이 내용을 어떻게 잘 풀어내고 싶은데, 오늘은 그 '잘 풀어내는' 능력이 생길 것 같지 않아 관두었다. 좀 더 상쾌한 정신과 마음으로 내일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 회사에서 일정 수준의 수입과 더불어 자아실현을 할 수 있겠단 판단으로 지원하게 됐다'라는 내용을 이력서 ver.으로 다시 써봐야겠다. 내일은 부디 번뜩이는 작문이 가능하길 바라며.



ps. 이력서 작성법과 꿀팁을 알려주는 강의를 듣는 게 좋을지 고민이다. 그래도 나만의 개성으로 써서 지원하는 게 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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