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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Jan 13. 2021

백수의 작품 다시 보기② <비밀의 숲 1>

사실 다시 보기 아니고 처음 보기

드라마 <비밀의 숲>은 예전부터 친구들과 직장동료분의 추천을 받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대강 훑어본 줄거리에서 '검사', '형사', '비리' 등의 단어를 발견하자 왠지 보려면 단단히 마음먹고 봐야 할 것 같아 미뤄왔었다. 그리고 퇴사한 현재, 암만 재취업 준비를 해도 남아 있는 게 시간인 백수인지라 드디어 이 작품을 감상하게 되었다. 미리 말하자면 지금까지 <비밀의 숲 1>을 7화까지 본 상태이다.


http://program.tving.com/tvn/stranger/


황시목 검사와 한여진 형사의 불편하지 않은 케미 


예전부터 추리물이나 그와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뱀파이어 검사>나 <신의 퀴즈> 등의 팬이었고, 가장 최근에 본 작품으로는 <악의 꽃>이 있다. 무언가 얽히고설킨 것을 좋아한다. 물론 그게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좋아하는 거다. 그런데 이런 작품들을 보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케미였다. 어떻게든 잘됐으면 좋겠다는 그런 케미를 말하는 게 아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성향이 너무 달라 치고받고 싸우다가 중반부부터 자발적으로 공조하기 시작하고, 결국엔 사랑이 싹트는 이야기. 난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차피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서로의 사이가 그렇게 될 것이 충분히 짐작돼버리기 때문이다. 


<비밀의 숲>에서는 황시목 검사와 한여진 형사의 그런 모습이 초반에 아주 잠깐 나온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공조한다. 불편하게 러브라인을 만드려고 하지도 않고, 서로도 서로를 그렇게 느끼는 듯하다.(적어도 7화까지는) 그래서 드라마 속 사건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메인 캐릭터의 연애감정보다는 귀여운 동료애(?)를 더 선호하는 것 같다. 그걸 나도 이번 작품을 감상하면서 알게 되었다.



옴니버스가 아닌 수사물


옴니버스
: 영화나 연극의 한 형식.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몇 개의 독립된 짧은 이야기를 늘어놓아 한 편의 작품으로 만든다.

-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옴니버스 형식이 아닌 수사 드라마는 많았다. 그러나 <비밀의 숲>이 옴니버스 형식이 아니라서 신선했고, 대단하다고 느꼈다. 1화에서 누군가가 죽고, 그 뒤에 부정부패가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일반적인 옴니버스 드라마였다면 아마 시간 관계상 그 부패의 척도를 다 보여주지 못하고 1회 만에 권선징악을 알려주며 스토리를 마무리지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는 모든 일의 원인이 되는 사건-뒤이어 발생하는 사건-사건을 덮으려는 사람들-파헤치려는 사람들의 태도가 낱낱이 나온다고 느꼈다.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도 있겠지만, 대본집을 보게 된다면 더 감탄했을 것 같다. (나는 이런 작품 절대 쓸 수 없을 테니까...)


나는 '인생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직 20대 중반임에도 여러 일을 겪었고,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상황들을 접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요새는 웬만한 막장(?)이나 스토리 탄탄한 드라마를 볼 때 감정이입을 더 잘하게 된다. 왜냐? 현실에서 이와 같은 일이 안 벌어진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모든 창작은 어느 정도 사실 기반의, 모방으로부터 나온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밀의 숲>에 나오는 부패한 기득권의 모습도, 나와 같은 백수, 직장인들의 모습도 다 세세하게 봤다. 그리고 이 '세세한' 감상은 이 드라마가 옴니버스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나라의 부정부패가 드라마만큼 심할 거라 생각한다.


드라마는 어차피 픽션이니까 드라마를 보면서 '아, 우리나라 부정부패가 진짜 이 정도인가 봐'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드라마 속 플롯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법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봐주기식 수사', '윗선에서 입막음', '언론보도 통제'와 같은 단어와 표현이 존재한다. 누군가, 아니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자본주의에서는 돈이 있는 사람이 돈 벌 수 있고, 돈이 없는 사람은 영영 돈을 벌 수 없다고. 그리고 그 '돈'은 모든 걸 해결할 열쇠가 되기도 하고, 우리는 그게 악용될 경우 범죄가 된다는 걸 다 안다. 


<비밀의 숲 1>의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아직 난 모른다. 물론 부패한 기득권이 이기는 결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선(善)이 이기는 결말이었으면 좋겠다. 5판을 싸워도 3판은 정의로운 쪽이 이겼으면 좋겠다. 내가 살아온 삶은 부패한 쪽에 가깝지만, 내가 살아갈 삶은 정의로운 쪽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으면 좋겠다. 


...

오늘도 엉망진창 내 마음대로 쓴 작품 리뷰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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