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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Jan 17. 2021

백수생활도 바쁘다.

창비 계간지 2020 겨울호 서평단 활동하기

백수생활은 직장인일 때의 삶보다 자잘 자잘한 일들이 더 많다. 직장인이라면 주말에 몰아서 했을 빨래도 주중에 빨래 바구니에 채워진 용량에 따라 바로 세탁기에 넣을 수 있고, 방청소도 마찬가지이다. 하루 중 아무 때나 은행에 방문할 수 있고, 저녁 있는 삶도 (일찍 일어난다면) 가능하다. 오늘은 자잘 자잘한 일 중 하나로, 클럽 창비 미션을 할 계획이다.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58600


아직 대학생이던 때 신청한 클럽 창비는 출판사 창작과 비평의 계간지로, 나는 2020년 상반기에 봄호, 여름호를 받아 읽었고, 이제 2020년 하반기 계간호 중 겨울호의 미션을 수행 중이다. 사실 최근 한 달 동안 회사일 때문에 바빠서 2주 치를 그냥 날렸다. 그래도 이제 백수가 된 김에 다시 열심히 해보고자 책을 꺼냈다. 이번 주 미션은 논단/대화 부문을 읽고 서평을 작성하는 것이다. (물론 서평은 전용 사이트에 올려야 인정된다)

(*클럽 창비 활동을 위해 책을 무상으로 받았음을 밝힌다.)




논단 <지방이 지방을 죽인다>의 서평을 해보자

논단 <지방이 지방을 죽인다> -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논단 <지방이 지방을 죽인다>의 요지는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지방소멸이 머지않았으며, 이는 사실 지방이 스스로 선택한 자살이며 공간의 문제인 동시에 계급의 문제라는 것이다. (p.284) 


글 초반에서 강준만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2019년의 합계 출산율은 0.92명으로 현재 인구 현상 유지를 위해 필요한 2.1명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며, 2020년에는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하게 되었다고 말이다. 이로 인해 '지방소멸'이 가속화되었으며, 전문가는 2030년이면 과장을 조금 보태 모든 20대가 서울에서만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점의 원인으로 정부의 문제도 있지만, 사실 적극적으로 대책을 요구하지 않은 지방의 책임도 있다고 말한다. 


나는 지방 출신이다. 내 브런치 초반 글들을 모두 읽은 독자라면 이미 알겠지만, 경상도 토박이였다가 대학 때문에 서울로 상경한 사람이다. 19년 경상도 소도시 출신으로 말하자면, 지방의 고등학교에서는 인서울을 목표로 공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인서울 대학이라고 하면 '오~ 공부 좀 했나 보다.'라는 반응이다. 내가 나온 학교는 그래도 학교 선생님이나 학생들이 영남권 대학 진학을 잘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졸업식날 대학 진학 현황을 담은 졸업식 안내 팸플릿에는 인서울 대학까지만 풀네임과 진학한 학생 수를 기입하고, 지방대학교는 지방 4년제 대학 00명으로 기입했다. 이 경험만 미루어 봐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게 내가 대학으로 진학하고 5년이 지났다. 이 논단의 글을 비판 없이 받아들인다면 이 말을 사실일 것이다. 물론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는 건 통계적 수치이니 수도권 쏠림 현상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단 걸 입증한다. 이 글에 따르면 한국의 수도권에는 전체 경제력의 3분의 2, 국세 수입의 4분의 3, 기업의 70%, 중소/벤처 기업 투자의 77%, 100대 기업 본사의 95%, 예금의 70%가 있다. '도시국가'라는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게 된 것이다. 교수는 그럼에도 투쟁하고 운동하여 지방의 현실을 나아지게 할 노력을 하지 않는 지방의 태도를 비판한다. 내 기준 다소 신랄하고 적극적으로 글을 전개한 뒤 말미에 이렇게 말한다.


"'이성적 비관, 감성적 낙관'의 유혹을 떨쳐버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나는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한 채 이 글을 쓰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지방 소멸이 일어난다고 해도 지방은 타살당한 게 아니라 스스로 택한 자살이며, 이는 공간의 문제인 동시에 계급의 문제라는 점을 역설하는 게 시대적 소명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말이다."

- 창비 2020 겨울호 논단 <지방이 지방을 죽인다> 中 p.284


대학생일 때 내가 썼던 글 중에는 TV 미디어를 너무 신뢰하여 잘못된 정보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비판하고 능동적인 미디어 수용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기사가 있었다. 어쩌면 이미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해진 지금, 강력한 조언과 주장이 나오지 않는 한, 사람들은 인 서울, 수도권 진출을 계속 꿈꾸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껏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교수가 지적하는 '이성적 비관, 감성적 낙관'에 그래도 한번 더 기대보고 싶다. 


수도권 쏠림, 집중 현상을 지방이 여태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가 문제의 요지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잘못된 대책을 거듭 시행한 것이(ex. 이 글에 따르면 지역인재양성이라는 주제로 '서울'에 '지방 학사'를 설립하는 등), 이 적극성의 사라지는 데 일조했다고 본다. 이 논단을 작성한 교수의 모든 근거와 주장이 타당하다면, 나는 교수를 비롯해 같은 의견의 사람들이 더 비판적으로, 공격적으로 이 문제를 지적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처럼 이제야 이 상황을 문제라고 인식한 사람들, 아직 문제적 상황인지도 인지하지 못한 사람들 모두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바란다.


인간은 투쟁 없이 평화를 얻지 못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지방 소멸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면, 한 번은 역사적으로 늘 그랬듯 문제점을 들고일어나는 상황이 오긴 와야 할 것 같다. 



...



ps. 지식이 많이 없는 편이라 이런 논단이나 평론을 읽는 일은 항상 어렵기만 하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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