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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Jan 16. 2021

잘 죽는 법이 있을까?

책 <죽음을 배우는 시간> 읽기

* 백수의 시간을 헛되이 보내기 싫어 영화, 드라마, 책 리뷰를 이 매거진에 자주 올릴 예정이다.
* 올리는 기간과 주기는 일정하지 않다. 재취업에 성공한다면 그때부터 다시 직장인 이야기를 올리지 않을까?




생사를 넘나들며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를 볼 때면 의료진은 이 환자가 살아 있는 것이 정말 그를 위해 더 나은 일인지를 자문할 때가 적지 않다.

<죽음을 배우는 시간>  p.59


내가 23살이 되던 해, 엄마가 암으로 돌아가셨다. 호스피스 전문 병원에 예약을 걸어놓고 일반 병실에서 발만 동동 구르기를 1, 2주 했을 때였다. 그때 난 생각했다. 


'이게 맞는 걸까?'


애초에 암의 재발과 거듭된 수술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엄마였다. 그럼 병원을 전전하게 두는 것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정리하고 싶은 물건이 있는지를 먼저 물어봤어야 하는 건 아니었을까. 왜 가족들은 하루라도 더 살려달라고 병원에 매달리고, 나는 자포자기한 채 방관만 했을까.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를 20년 넘게 살면서 배운 적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지금, 좀 힘들면서도 신기하고 후회가 된다.




책 <죽음을 배우는 시간>은 서울대학교 병원 내과 전문의/전임의를 수료하고 현재 한림대학교 류머티즘내과 교수로 있는 김현아 교수가 저술한 책이다.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많은 환자와 죽음을 접하는 자리인 '의사'라는 직업인이 바라보는 '죽음'은, 내가 생각해온 '죽음'과 가장 비슷했다. 


많은 환자와 그 가족들이 죽음에 준비되지 않았던 의사들에게 거꾸로 죽음을 가르쳐준다. 죽음이 언젠가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즉 어떤 이에게만 벌어지는 특별한 비극이나 천벌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렇게 나는 의사로서 죽음을 준비하는 방법을 점차 배워나갔다.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  p.47


엄마가 돌아가시던 날,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기도 전에 이미 병원으로 향하던 중이라 임종을 지킬 수 있었다. 처음 겪는 일이라 솔직히 무서운 마음이 너무 커서 엄마를 보자마자 울고 그랬다. 가족들과 친척들이 돌아가며 왔고, 나는 차라리 엄마가 빨리 가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엄마는 말도, 숨도 제대로 못 쉬며 피만 토하고 있었다. 그렇게 울다가 말다가 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한 간호사의 반응이 보였다.


그 간호사는 우리를 보다가 눈물을 훔치며 돌아서 나갔다. 엄마의 죽음, 그 과정이 그분에게도 영향을 끼친 것 같았다. 아니면 아직 어려 보이는 내가 마음을 쓰이게 한 걸까.


죽음은 분명 슬픈 일이다. '기쁜 죽음'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사람의 생의 불씨가 꺼져가는 장면을 경험한 이상, 그렇게 말하긴 힘들 것 같다. 그런데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도, 그 후에도, 나는 항상 의문이었다. 병에 걸려 생사의 갈림길에 서면, 그 마지막은 왜 병원이어야 할까. 죽음의 슬픔을 부정할 순 없어도, 그 안에 편안함을 넣을 순 있지 않은가. 익숙한 공간에서 익숙한 사람들과 그래도 조금은 더 편안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내게 죽음이란 물음표만 가득한 개념이었다. 물론 지금도 의문만 드는 단어이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에 나는 그 수많은 물음표의 답을 찾으려 노력할 예정이다. 이 책의 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 있다.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슬기롭게 죽는 법"

 

사실 이 말 때문에 이 책을 구매하게 됐다. (정확히는 선물 받았다) 이 책을 통해 정말 그 답을 찾고 싶다. 이제껏 내가 맞이하고 경험한 죽음들은 슬기롭다고 판단되지 않았다. 모든 지나간 일은 후회를 동반하지만, 적어도 죽음에 관해서는 후회를 '덜' 하고 싶다. 아마 나의 이런 마음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잘 죽는 법, 슬기롭게 죽는 법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도 그 답을 말해주겠지만,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나는 '잘 죽는 법'이라 할 때 집에서, 마지막 편지를 미리 준비하고 좋아하는 옷을 입은 채, 가까운 사람들과의 대화를 끝으로 맞이하는 걸 떠올린다. 아, 여기에 더해 내 장례식장에선 곡소리가 아닌 듣기 좋은 노래를 틀어야 한다. 죽음은 모두 슬프다고 하면서도, 그 슬픔이 오래가진 않았으면 좋겠으니까. 어쨌거나 이 책을 읽으면서 이보다 더 많은,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408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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