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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Jan 18. 2021

아이패드 프로를 일시불로 사도 남는 월급을 받고 싶다

세전 200과 세후 200의 미묘한 차이

월급, 그 잔인함에 대하여


구직 사이트를 보다 보면 기업의 채용 공고를 아래 기준으로 나눌 수 있다.


연봉이 명시돼있다 
or 
연봉은 내부 협의에 따른다


내가 이전에 다닌 회사는 연봉이 채용공고에 명시된 곳이었고, 내가 이번 주에 지원하는 회사는 연봉이 명시돼있지 않다. 연봉이 명시돼 있든 그렇지 않든, 중요한 건 연봉이 '얼마냐'는 것이다.


취준생이 되기 전, 그러니까 한창 대학생활에 빠져있을 땐 연봉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연봉 3,000 받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이 될 줄 꿈에도 몰랐고, 노력한다면 높은 연봉의 기업에 입사할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대학교 3학년이 되고, 4학년이 되고, 드디어 졸업까지 하게 되자 막연한 기대감은 막막한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SNS를 떠돌다 본 글에서는 1인 가구가 적당히 살려면 최소 월 200만 원은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본 건 대학생일 때였으나, 그 말을 느낀 건 지금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좀 더 구체적인 의미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월 200만 원'은 세전이 아닌 세후를 말한다는 것을.




세전 200과 세후 200의 미묘한 차이


앞서 올린 글 중 월세에 살며 직장을 다닐 때 고정 지출 비용으로 150만 원 정도는 거뜬히 나간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랬을 때 월급으로 '세전 200만 원'을 받는 것과 '세후 200만 원'을 받는 것의 차이는 꽤 크다고 생각한다. 어감으로는 '전'과 '후' 한 글자 차이밖에 없으면서 월급을 받는 직장인 체감상 다가오는 차이는 훨씬 크다. 


우선 전자의 경우, 4대 보험, 세금, 기타 등등을 제하고 실수령하게 되는 금액은 180만 원 내외가 될 것이다. (세전 월급에서 정확히 얼마가 제외되는지는 급여명세서로 알 수 있으나, 아직 받은 적 없어 대략적인 계산으로 말한다) 후자의 경우, 200만 원에 20만 원 정도의 비용을 더 얹은 게 세전 비용일 것이다. 그러니 대략 220만 원 정도? 정말 간단한 얘기인데, 결국 한 달 고정지출로 150만 원이 나간다고 쳤을 때 남는 금액이 30만 원인지, 50만 원인 지를 말하는 거다. 당연히 후자가 더 좋은 상황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위 '좋은 상황'이라는 건 일단 업무의 강도나 회사 내 분위기, 적성 등의 기준을 제외하고 '연봉'이라는 한 가지 기준만 두고 봤을 때를 말한다. 여유돈이 30만 원인 것과 50만 원인 것은, 자취를 한 번이라도 해봤거나 사회초년생이라면 그 차이를 실감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비교해보자. 프랜차이즈 치킨 15마리(30만 원)와 25마리(50만 원)는 꽤 갭이 크지 않은가. 마치 수면에 간신히 얼굴만 내놓고 숨을 쉬는 것과 튜브를 끼고 숨을 쉬는 것의 차이랄까. 아무튼 세후 월급은 많을수록 좋다. 여기는, 자본주의니까.



아이패드 프로를 일시불로 구매해도 돈이 남는 월급을 받고 싶어요


어제 갑자기 '아이패드 병'이 발병해 아이패드 가격을 알아봤었다. 아이패드 에어는 모르겠고, 일단 제일 좋아 보이는 아이패드 프로의 가격을 봤는데, 11형 아이패드 프로 기준 용량 256GB에 일반 와이파이 등 중상급 옵션으로 골랐을 때 그 가격이 약 120만 원 정도 했다. 여기에 아이패드 펜슬(약 17만 원)과 좀 더 욕심을 부려 키보드(약 39만 원)까지 구매한다면 구매 비용으로 약 180만 원이 든다. (월급으로 세전 180만 원을 받는다는 건 연봉 2,200만 원 정도가 된다는 뜻이다)


왜 뜬금없이 아이패드 이야기를 하나, 돈이 없으면 아이패드 구매는 참는 게 맞는 것 아닌가 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냥 소망 삼아 말하자면, 앞으로 내가 받을 월급이 아이패드 프로를 일시불로 구매하고도 남는 금액이었으면 좋겠다. 냉정하게 경력직이 아닌 신입으로 입사할 내가, 지금의 스펙과 학벌로는 어림도 없다는 걸 알지만 월급과 연봉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여기까지 상상이 닿았다. 첫 회사에 다니기 전 다들 꿈꾼 적 있지 않을까. 첫 월급을 어디다 쓸지 말이다. 난 이미 첫 월급을 받은 적은 있으나, 그 돈은 그대로 적금으로 갔다. 다음 회사의 첫 월급은, 이 소망과 좀 더 가까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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