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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Jan 20. 2021

백수 12일 차, 다이어트를 선언하다

몸무게 앞자리 바꾸고 만다.

오늘 하루는 아주 평화로웠다. 느지막이 일어나 점심으로 곱빼기 추가한 칼국수를 시켜먹었고, 오후엔 카페에 가서 도넛과 카페라떼를 먹었다. 저녁은 집 근처 탕수육 가게에 가서 탕수육 大자를 시켜 둘이서 나눠먹었다. 거기까진 아주 평화로웠다. 문제는 집에 돌아와서이다.


체중계를 화장실 입구에 둔 것이 문제였을까. 퇴사했다고 너무 흥청망청 먹는 데 돈을 쓴 게 문제였을까. 마침 마지막으로 몸무게를 잰 지 꽤 오래된 것 같아 한번 올라가 본다는 것이, 내 다이어트를 촉발시켰다. 




50.00KG


키 150 후반에 이게 뭐가 살찐 거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아주 충격이었다. (갑자기 아이유 님 팬 레전드 '뭐가 살쪄'님이 생각났다...) 내 친한 사람들도 잘 인지 못하는 사실인데, 난 살이 잘 붙는 체질이다. 막 '물만 먹어도 살이 쪄요~'하는 체질은 아니지만, 먹는 만큼 돌아다니거나 하지 않으면 급속도로 살이 붙는다. 그래서 초등학생일 때는 학교는 집 코앞이지, 성장기라고 끝도 없이 먹지, 하다 보니 살이 점점 쪄서 소아비만 판정을 받기도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받은 건강검진에서 경도비만 판정을 받은 것이다. (당시 비만도를 경도비만, 중등도 비만, 고도비만으로 나눠 판정했다) 


경도비만 판정을 받은 뒤에도 난 살 뺄 생각 없이 먹고 싶은 만큼 먹었다. 그러다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아지는 중학생이 되자, 사춘기가 휘몰아친 탓인지 살을 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때 너무나 잘못된 방법을 썼다. 그냥 점심을 굶은 것이다. 툭하면 점심을 굶고, 잘 안 먹고, 그런데 내가 나온 중학교는 걸어서 30분 정도 가야 하는 곳이었다. 그것도 육교 하나와 경사로를 몇 개 건너야 가능한 위치였다. 그렇게 중학교 3년 동안 건강하지 못한 방법의 식습관과 그럼에도 많은 운동량을 가지게 되자, 살은 저절로 빠졌다. 그때 빠진 살은 자그마치 12kg이었다. 나는 중학생 때가 초등학생 때보다 12kg 가벼웠던 것이다. 그러다 고등학교 진학 후 야자와 야식 등으로 다시 7~8kg이 쪘다가, 대학교에 와서 서울 살이 적응하느라 또 4~5kg 빠졌다가 지금 근 10년 만에 몸무게 최고치를 찍게 되었다. (근데 놀랍게도 지금 몸무게가 초등학교 때보단 덜 나가는 것이다... ※소아비만은 위험합니다.)




다시 돌아와서, 10년 만에 인생 최고치 몸무게를 찍게 되자 그 즉시 심란해졌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다. 난 성악설을 믿는데, 그 이유가 외적인 걸로 필터링 없이 얘기하는 아이들을 여럿 경험했기 때문이다. 경도비만이던 시절 같은 반 남자아이는 날 보고 '돼지 삼겹살'이라고 놀렸고, 심지어 좀 큰 편인 내 눈을 보고 아이들은 '개구리', '왕눈이'라고 불렀다. 신경 쓰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외적인 면은 내게 중요하다.


물론 외적인 걸 위해서만 살을 빼겠다는 건 아니다. 퇴사하고 계속 집에만 있고,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다 보니 위장도 다시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밀가루 음식을 자주 먹으니 명치가 아프기도 하고, 몸이 부어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제 한동안 밀가루 음식을 줄이고, 야식은 정 먹고 싶으면 과일로 때우고, 가볍게 걷기 운동이라도 하려고 한다. 안 그럼 진짜 다시 과체중이 될 것만 같다. 


몸무게 목표는 일단 -5kg이다. 예전보다는 더 건강한 방법으로, 굶지 않고, 내 몸을 괴롭히지 않는 선에서 앞으로 한 달 정도의 기간 동안 도전해볼 요량이다. 이렇게 브런치에 다이어트 선언(?)까지 한 만큼, 종종 다이어트 소식을 알리며 꼭 성공할 수 있기를 빈다. (제발~~~)


1월 한 달 동안 먹은 음식들... 사진으로 모아 보니 참 많이 사먹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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