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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Jan 24. 2021

채용 마감 3시간 전에 지원서 제출하기

늦지 않아 다행이다

내가 브런치에서 세 번은 말한 것 같은데, 오늘까지 마감인 채용 공고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원서를 얼른 써야 한다는 말만(...)하며 2주의 시간을 보냈고, 결국 오늘까지 지원서를 붙들고 있다가 마감 3시간 전에야 겨우 제출하기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이력서는 쓰면 쓸수록 경력 사항이 더 줄어드는 것 같고, 자기소개서는 수없이 써도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나의 핵심역량을 말해 달라는데 난 내 역량에 어떤 것이 있는지, 그중 핵심이라고 말할만한 것은 또 어떤 것인지 판단할 수가 없다. 새삼 이래서 다들 서류 단계에서도 코칭을 받는구나 싶었다. 나는 문예창작이라는 전공 때문에라도 혼자서 완성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고, 이 완벽주의의 탈을 쓴 욕심은 결국 마감날까지 지원서 완성을 못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호기롭게 일러스트로 포트폴리오까지 그럴싸하게 만들어서 첨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러스트 파일의 용량이 첨부 가능할 파일 용량을 훌쩍 넘을 것이란 변수는 생각지 못했고, 그래서 오늘 일러스트를 조금 하다가 용량을 보고선 ppt로 넘어와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내가 희망하는 직무는 편집자나 작가 쪽이라 이때까지 만든 작품이나 활동한 경험을 포트폴리오에 담는다. 자격증이 아니더라도 관련 대외활동의 경우 수료증이나 활동증명서가 발급되기 때문에 이를 포트폴리오에 첨부해 증빙자료로 제출하는 것이다. 일러스트든 ppt든, 만들다 보면 매번 '난 참 손재주가 없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된다. 디자인을 참고하려 핀터레스트를 들어가 보면 다들 휘황찬란하게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는데, 내 껀 이제 막 디자인 툴을 배운 초등부 작품 같달까...?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는 '아, 차라리 자소서를 쓰는 게 낫다'라고 생각하다가, 막상 자기소개서를 수정하다 보면 '아, 차라리 포트폴리오 만드는 게 낫다'라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 몇 번의 번복과, 자괴감과, 이런다고 취직이 될까 싶은 회의감과, 예민함 사이를 이리저리 오고 갔다. 그 와중에도 한국인은 밥심이니, 아침-점심-저녁 꼬박꼬박 집밥으로 잘 챙겨 먹었다. (거기에 후식으로 과일이라 케이크까지 먹었다) 오늘치 먹을 걸 다 먹고 다시 책상에 앉으니 제출 마감까지 4시간이 남아있었다. 부리나케 뻑뻑한 눈을 깜빡이며 자소서를 다시 읽고 비문과 맞춤법을 확인했다. ppt는 이미 발로 만든 지 오래라 필요한 내용이 다 들어갔는지를 우선적으로 확인하고 pdf로 내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2주 동안 입만 살아서 지원하겠다고 말한 끝에 제출하기 버튼을 눌렀고, 제출했다.


체감상 대학 원서 쓸 때의 정신력과 예민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지금은 제출한 지원서를 다신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디 내가 인적사항에 빈칸 없이 다 채웠길 바랄 뿐이다... 



ps. 이런데도 3시간 남기고 제출했다는 것에 나름 만족하는 중이다. 꼭 마감이 코앞에 닥쳐야 일하는 내 버릇은 언제쯤 고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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