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그믐 Jan 26. 2021

증권계좌를 만들었다.

주린이, 동학개미가 되었다.

미루고 미루던 증권계좌를 만들었다. 사실 카카오뱅크 이벤트 덕분에 몇 달 전 한국투자증권 계좌를 만들었다. 그러나 오늘은 국내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증권계좌의 개설 이벤트가 있길래 먼저 개설한 가족 구성원의 도움을 받아 나도 따라 개설했다.


사실 난 주식의 '주'자도 모른다. 아빠가 전업 투자자임에도 나는 그동안 별 관심이 없었다. 주식 책을 사놓고(브런치에도 공부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책꽂이에 꽂아둔 채 먼지만 쌓이게 하고 있다. 첫 페이지부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대체 그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주식에 뛰어들고 있는 걸까. 나는 화살표가 파란색이 되기만 해도 마음이 심란한 소심한 개미다. 사실 주식을 해서 개미인 게 아니라 내 간이 개미만 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아무튼, 호기롭게 계좌를 개설한 주린이(주식+어린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아빠가 지나가듯 말했던 종목의 주식을 매수하는 일이었다. 나는 이때까지 주식을 사고팔 때 그 명칭을 '매수', '매도'라고 하는 것도 잘 몰랐다. 그냥 사나 보다, 파나보다 했다. 이 역시 가족 구성원의 도움을 받아 드디어 1주를 손에 넣었다. (1주가 몇 만 원씩 하지 않아서 고맙다고 생각했다. 퇴사한 백수는 1만 원도 아깝다.)


가족 구성원은 내 계좌 개설부터 도와주며, '사실 나도 종목 보는 법을 자세히 모른다'라고 말했다. 아니, 이미 몇 년째 주식투자를 하는 그도 그런다면 난 주식을 할 수 있긴 한 걸까. 영원히 주린이에서 탈출하지 못할 것만 같아 불안하기도 했다. 사실 내가 주식에 손을 대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재산 증식(이 말은 계좌 개설 시 개설 목적을 묻는 말에 선택한 보기 중 하나이다.) 지금 인플레이션을 감당하기에 일반 예적금으로는 택도 없겠단 생각이 들어서였다. 최근 나는 적금 계좌를 개설했다. 거기에 500만 원 이하의 돈을 박았을 때, 1년 뒤 내가 받을 수 있는 이자는 뗄 것 다 떼고 6만 원 남짓이었다. 이것도 금리가 센 은행으로 했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이자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됐을 때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사회에서 저축만으로 무언가 기대할 수는 없겠다고.


입사 지원을 한 회사에선 오늘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나름 열심히 썼는데 아무래도 급하게 쓴 티가 났나. 그래서 어제만큼이나 울적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다 조각 케이크 몇 개를 먹고 당 충전을 하며 힘을 냈다. 취직을 못해서 일을 못한다면, 자기 계발이라도 해야 했다. 나한테는 그게 벼르던 '주식'이라는 분야였다. 먼지만 쌓이고 주인 기억에서 잊힌 주식 공부 책을 내일 서울로 올라가 다시 꺼내야겠다. 나이도 한 살 더 먹고, 백수 생활도 3주 차에 접어든 이상, 띵가띵가 놀 수가 없다. 어후, 진짜. 우리나라 취준생들 모두 파이팅이다.


나랑 같은 증권사 어플 쓰는 사람...?



ps. 아니 구직사이트에 내가 지원할 직무는 모두 1명 뽑는데 100명씩 지원했더라. 경쟁률이 너무 심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울한 날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