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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직장인이라는 부캐가 생겼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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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정그믐 Jan 30. 2021

알바 한번 안 해봤으니 사회생활이 힘들겠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알바해 본 적 없어"라는 대답

나는 당일치기로 끝나는 단기 아르바이트 말고는 다른 일을 해본 적이 없다. 대학교에 다니면서 대외활동 지원이나 면접은 꾸준히 해왔지만,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금전적인 지원금과 학교에서 받는 장학금으로 충분했기에 따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경력 없음'이 종종 날카로운 말로 돌아올 때가 있었다.

"아르바이트해봤어?"

"아니?"

"그럼 넌 나중에 사회생활할 때 좀 힘들 수도 있겠다."

아르바이트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사회가 이야기하는 '사회생활'의 소집합으로 불린다. 이때 사회생활을 나름의 견해로 정의하자면, 다른 사람들과 활동하며 돈을 버는 생활을 할 때를 말한다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을 대하는 서비스직인 경우가 많고, 전공과 관련 없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학비를 벌기 위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생에서 어떤 노동력을 제공하고 돈을 받는 건 아르바이트가 처음일 때가 많다. '용돈'이 아닌 '소득'이 생기는 첫 경험을 아르바이트로 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의 아르바이트 無경력 고백은 듣는 사람을 하여금 날 사람들과 협업하는 일을 해본 적 없고, 이로 인해 소득을 얻은 적도 없는, 그러니까 사회에 스며드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사회생활의 정의

아르바이트 경력의 유무와 상관없이 일단 '넌 사회생활 힘들겠다'라는 말을 들으면 일단 기분이 좋지 않다. 저런 대화를 할 정도면 최소 서로 20년 정도 인생을 산 다음에 나눈 대화일 텐데 단순히 아르바이트 경력 하나 가지고 앞으로의 사회생활을 판단하기엔 너무 모호한 기준 아닌가.

그리고 '사회생활'이란 말의 기준도 모호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TV를 보다 이런 자막을 봤다.

유치원이 00 이에게는 첫 사회생활이었는데...

문득 아차 싶었다. '사회'생활은 말 그대로 '사회에서 하는 생활'을 말한다. 그리고 사전적 정의의 사회란 아래와 같다.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형태의 인간 집단. 가족, 마을, 조합, 교회, 계급, 국가, 정당, 회사 따위가 그 주요 형태이다.

-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사회' 검색 결과

사회에는 가족도 포함되고 회사도 포함된다. 결론적으로 나는 태어나자마자 사회에 소속된 구성원으로 살아왔다. 가족과 교류했고, 유치원에 가 동갑인 친구를 사귀어봤으며, 대학교에 와 나이와 국적을 불문한 친구를 사귈 수 있음을, 그렇게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여러 번 깨닫는다. 그래서 더 의문이었다. 점차 내가 나이를 먹어가고, 그래서 남들과 대화할 때 아르바이트 경험이 한 번도 없다는 걸 숨기게 될 때마다, 숨기면서도 의문이었다.

'나는 지금껏 사회생활을 해왔는걸!'

사회생활은 알바 많이 한다고 잘하는 게 아니니까

물론 아르바이트 경력이 많으면 '경력자'가 된다. 회사에서 '경력 많은 신입'을 원하듯 좀 더 힘든 사회생활 경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회생활을 할 때 노하우가 더 많을 것이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아르바이트 경력이 없는 사람에게 너무 고생하지 않고 자랐다는 뉘앙스의 말이나, 그래서 사회생활을 잘 못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건 섣부른 것 같다. 사회생활은 아르바이트 경력의 유무, 그 길이로 잘하는 게 결정되지 않는다. 개개인의 능력, 성향, 성격, 적성, 그리고 소속된 회사의 분위기, 직장동료, 상사의 능력, 성향,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한 마디로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내 짧은 사회생활 경험으로는 그렇다.

그러니 내 기준 그 부분에 있어 내게 충고하는 사람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들이 생활해온 이야기를 존중할 테니, 내가 결정하고 살아온 이야기도 존중해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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