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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Feb 05. 2021

퇴사 29일 차, 면접 보고 온 썰 푼다.

예감이 왔다. 떨어질 예감.

드디어 면접을 보고 왔다. 내가 이 회사에 지원한 직무는 기존의 희망하던 방향과 다른 마케팅 관련 직무였고, 그래서 더 긴장했다. 대외활동이든 회사 면접이든 마케팅 직종으로 면접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날에 미리 입을 옷을 세팅해놓고, 심란해서 밤에 좀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었다. 그러니 아침에는 오히려 졸려서 혼났다.


처음에는 정말 자기소개도 준비 안 하고 가려다가, 브런치에 구독자님 댓글을 보고 아차 싶어 급하게 비전이라던가 자기소개 등을 지하철 안에서 생각했다. (나도 참 대책 없다) 어떻게 성장하고 싶은지, 회사에 얼마만큼 도움이 될 것 같은지 등등을 생각했다.


지하철역에 내려서도 좀 걸어야 하는 거리라 길을 헤맬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한 번에 길을 찾았다. 출발할 때 이미 지하철을 한 대 놓쳐 회사에 도착하고 보니 면접을 딱 10여분 정도 남겨두고 있었다. (늦었다면 바로 탈락이었을 것 같아 안도했다) 사무실 앞에 도착해 초인종이라고 생각한 것을 눌렀는데 안에서 기척이 없었다. 사무실 크기가 내 생각보다 훨씬 큰 것 같아 노크를 해도 아무도 못 알아챌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문을 열고 보니 직원 분과 눈이 마주쳤고, 다급하게


"저, 2시 면접 보러 왔는데요."


라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직원분이 나와 나를 안내해주셨고, 면접실에 앉아있으니 대표님으로 보이시는 두 분이 들어오셨다. (바로 면접을 시작했기에 정확한 직책을 알지 못한다) 면접 분위기는 전혀 압박하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나로서는 중간중간 웃을 수 있는 면접이라는 사실만으로 다행이었다. 면접은 15분~2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리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내가 받은 질문을 지금 기억나는 대로 복기하자면 아래와 같다. (회사가 특정되지 않게 질문을 재정리했다)


간단한 자기소개
지원하게 된 동기
본인이 생각하는 마케터란 어떤 역할?
본사 제품으로 콘텐츠를 기획한다면?
sns 광고를 통해서 제품을 자주 구매하는 편인지? 그렇다면 최근 구매한 제품은? 그 이유는?
(이 질문은 내가 sns 이야기를 많이 해서 나온 질문 같다)
문예창작과 콘텐츠 제작은 다른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생각은?
회사 생활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커리어는?
회사에 궁금한 점은?


뭔가 더 많은 질문을 받았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사실 면접을 보는 동안 대답을 하면서도 '아, 나 왜 이렇게 말하지?'싶은 부분이 있어 지금 좀 기분이 심란하다. 이불 킥하고 싶은데, 떨어지면 어차피 안 볼 곳이라는 생각으로 참고 있다. 역시 난 말을 잘 못한다는 걸 새삼 깨달은 하루였다.


결과는 다음 주 중으로 나온다는데, 불합격자에게는 따로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된 이상, 기대하기보다 얼른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당장 눈앞에 닥친 토익 공부나 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인 것 같다. 원래 준비하기로 했던 다른 곳의 포트폴리오도 준비하고,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야겠다. 이번 주는 너무 들뜨고 추락하는 기분을 자주 맛봐 내 할 일을 미뤄둔 게 많다.


너무 큰 희망을 바라지 말자. 깨졌을 때 찔리면 아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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