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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Feb 06. 2021

집에 암환자가 둘 있으면 취준생은 불안하다

내가 돈을 벌면 제일 먼저 할 일

위가 아프면 드는 생각 주저리주저리


내 브런치에 남아있는 글 중 비중 있게 남아있는 것들은 다 엄마와 가족에 대한 글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의 암투병은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끼쳤고, 뒤이은 아빠의 암투병 또한 내 인생의 또 다른 영향을 끼쳤다. 그 영향이 앞으로 어떻게 내게 작용할지는 시간이 더 지나야 알 것 같다. 오늘따라 글이 너무 센티한데, 그냥 내가 요새 맵고 짠 걸 많이 먹어 위가 또 콕콕 찌르듯 아프길래 하는 주저리주저리이다.


나는 잔병에 자주 시달리는 편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심해지고, 그래서 대학 다닐 때 고생 좀 했다. 스트레스는 몸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1학년 때는 열병으로, 2학년 때는 두통과 장염으로, 3학년 때는 목감기로, 4학년 때는 위염으로. 그래서 시험기간에 다가오면 '시험'때문만이 아니라 시험이니까 또 아프겠구나 싶은 불안함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런 스트레스는 '건강염려증'이 되어 나타났다. 


건강염려증은 엄마가 거의 3~4가지 암에 걸린 기간 동안 좀 심했다가, 엄마가 돌아가시고 좀 수그러들었다. 그러다가 아빠가 암에 걸리고 다시 심해졌다가, 최근엔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요새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식습관도 엉망이 되어 위가 안 좋아지자 다시 심해지는 기분이다. 내일부터는 다시 원래대로 건강상태를 돌리기 위해 식단관리를 해야겠다고, 그렇게 마음은 먹어본다.



취준생은 미래도, 건강도 불안하다.


속이 상하는 게, 아프면 일단 '돈'걱정부터 하게 된다. 그래서 수입이 없는 취업준비생인 지금은, 마음이 더없이 불안하다. 혹시라도 아빠가 또 아플까 봐, 갑자기 언니가 아플까 봐, 그러다 내가 아플까 봐 걱정이다. 큰 병 전문경력(?)의 가족이다 보니 작은 아픔 하나에도 암을 의심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서 항상 돈을 많이 모아야지, 모아야지 하면서도 마음처럼 잘 안되니 속상한 것이다. 요새 강하게 그런 마음을 느낀다. 취준생은 어디어 어떤 사람들과 무슨 일을 할지 몰라 미래도 불안하지만, 이렇게 여유 있지 않는 통장 상태에서 건강이 언제 어디서 나빠질까 봐도 불안하다.



더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돈을 많이 벌어서, 그야말로 부와 명예를 얻어서, 돈 때문에 호스피스 입원을 꺼려하는 상황을 다시는 겪지 않게 하고 싶다. 그렇게 재산을 쌓아서, 더 어려운 형편에 나와 같은 처지인 사람들을 보면 선뜻 도와줄 수 있을 정도가 됐으면 좋겠다. 돈 더 들여서 몸 이곳저곳을 다 검사하고 만약에 큰 병이 있다면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럭셔리 건강검진을 받고 싶다. 가족 중 누가 아파 입원한다면, 병실이 없어 1인실이나 특실로 가게 돼도 6인실 예약을 잡지 않을 수 있는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다. 졸업을 하고 이런저런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다가, 이제 내 성공과 강함의 기준은 이렇게 자리 잡게 되었다. 



내가 돈을 벌면 제일 먼저 할 일


20년 남짓한 삶에서 경험한 것이 대부분 이런 내용이라서 내가 어느 회사든 들어가 수습기간을 무사히 끝내고 정규직이 된다면, 제일 먼저 암보험에 가입할 거라고 다짐한다. 어느덧 암에 안 걸릴 것이란 안일함 대신 어떤 암에 걸려도 대처할 수 있게 미리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날이 더 많아졌다. 작년은 짝수 연도 출생자의 건강검진 기간이었다. 나는 해당자였으나 코로나랑 아빠의 수술 때문에 어영부영하다가 홀수년을 맞이했다. 다음 해에는 꼭 추가 비용까지 내서 내시경까지 받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때에는 수면내시경 비용쯤이야 손 덜덜 떨지 않고 그냥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ps. 속이 쓰리니 내일은 양배추를 사 먹어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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