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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Feb 08. 2021

365p의 스트레스에 산책이라는 책갈피 끼워넣기

오! 나의 산책!

오늘도 산책타임


오늘 아침 눈이 좀 일찍 떠진다 했더니 햇살이 발밑까지 뻗쳐있었다. 아주 맑고 밝은 햇살이었다. 저번 주 면접 일정 이후 또다시 외출할 일이 없어진 나는 떡진 머리를 부스스 일으켜 바닥에 인두처럼 박힌 햇빛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렇게 좋은 날, 물론 날씨는 춥겠지만, 산책을 나가지 않는다는 건 날씨에 대한 모독이라고. 


브런치에 '가족' 키워드 다음으로 많이 쓰는 주제가 '산책'인 것 같다. 그만큼 답답하거나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면 집 앞 산책로로 자주 나가는 편이다. 여름에는 밤에 나가 별님을 보고, 겨울에는 낮에 나가 해님을 본다. 걷기 운동이라도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나선 길은 항상 우울한 기분을 좀 들뜨게 만든 다음에야 집으로 들어오게끔 했다. 그만큼 우울한 날이면 효과가 좋았다. 


거리두기 산책


코시국 거리두기 산책


코로나가 터진 후 웬만하면 산책은 사람이 잘 붐비지 않을 시간에 나간다. 겨울에는 평일 대낮이 딱 좋은 시간대이다. 햇빛을 쬐러 나온 어르신들과 강아지와 산책 나온 가족들을 제외하곤 거리가 한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날씨만 걸린다면, 예쁜 풍경 사진을 찍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월세방을 이 동네에 구할 생각은 없었는데 2년째 살고 있는 지금, 너무 만족스러운 풍경이다. 다른 운동을 싫어하는 내게 '걷기 운동'이라는 명목을 선사해준 길이기도 해서.


다행인 건 아직까지 산책하면서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본 적 없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한 달 다닌 회사에 출퇴근할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니는 사람을 봤었는데, 여기 산책로에서는 아직 본 적 없다. 거리를 순찰하시는 분들이 계셔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스크 안 쓴 사람을 피해서 지나가려는 수고를 덜 수 있어서 좋다.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 이렇게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산책로와 사람들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화는 잘 되지 않지만 산책한다


어제 글에서 위염 증상이 있다고 밝혔는데, 아직 낫지 않았다. (어제부터 증상 있던 거라 나으려면 몇 주 걸릴 듯싶다) 글이든, 공부든, 하다못해 집안일이든 할 일은 계속해야 하기에 아침 제외 점심, 저녁 두 끼 중 한 끼는 묽고 소화 잘 되는 걸로 먹고 한 끼는 맵고 짜지 않는 선에서 일반식을 먹으려고 한다. 오늘은 소화 잘 되는 점심을 먹고 산책 갔다가 허기진 채로 돌아와 저녁 일반식을 좀 허겁지겁 먹은 탓인지 속이 가스찬 것 같이 아프긴 하다. 


그래도 산책할 때는 아픈 것보다 날씨 좋은 걸 먼저 만끽했다. 걷는 동안에는 아픈 걸 잠시 까먹었다고 말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소화가 되지 않아 속이 쓰린 걸 집에 와서야 알았으니 말이다. 이런 방법이 내 몸에 통한다면 나는 내일도 소화불량인 속을 지닌 채 산책하러 나갈 것 같다. 어쨌거나 적당한 운동(?)은 건강에 좋으니까. 그리고 그 운동이 내가 좋아하는 '산책'이라면 안성맞춤 아닌가.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처럼 산책에 있어서는 부지런을 떨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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