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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Feb 11. 2021

오늘은 힘드니까 마음껏 우울할 거야

가만히 있는 것도 사치라고 느껴질 때

요 며칠 부정적인 뉘앙스의 글만 쓰게 되는 것 같은데, 내 상황과 고민이 해결되지 않는 한 우울한 감정은 기본 옵션으로 깔려있을 것 같다. 이것 또한 내 감정의 '기록'이자 인생의 한 부분이니 일부러 거부하진 않으려고 한다. 


난 나 자신에 만족하지 못한다. 


아마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그러할 텐데 내가 나 자신을 들여다보면 단점이 먼저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기애'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게 아닐까 싶다. 모두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았다면, '자존감', '자기애', '자신감' 등의 단어는 세상에 따로 등장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오늘은 노션으로 포트폴리오를 대강 다 만들고 이 노션 링크를 첨부할 자기소개서를 만들 작정이었다. 그러나 직무 특성을 살려 자기소개서를 만드려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수첩에 이것저것 나에 대한 정보를 적어보며 나를 브랜딩 할 수 있을만한 항목을 찾아봤다. 그러나 이걸 어떻게 조합하고 어떻게 디자인하여 하나의 자기소개서를 만들지 잘 모르겠더라. 답답한 마음에 오늘은 원래 왕복 1번 걷던 산책길을 왕복 2번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단 것들을 시켜 먹었다. 그래도 마음이 퍽 나아지지 않아 지금은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변하고 있는 중이다.


난 나의 이런 모습은 사실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불만족스럽다. 어떤 일이 하나 생기면,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는 내 태도가 앞으로 살아가기에 괜찮은 성정인지 고민이 될 때가 많다. 꾸준히 몰두할 수 있는 집중력으로 볼 수도 있으나 아직 그 집중력으로 이득을 본 게 별로 없어 여전히 '고민'으로 남아있다.  



취준생은 연휴가 사치로만 느껴진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을 알고 있고, 내심 그 날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나는 현재에 있고, 현재 상황은 '재직 중'이 아닌 '구직 중'인 상태다. 그러니 어느 정도 예민하고, 스스로의 예민함을 감당하기 힘든 날엔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날이 바로 오늘이다. 


오늘 메인 뉴스로는 연휴 첫날 교통정보와 연휴 첫날 확진자 수가 증가했다는 것, 연휴 첫날 나들이객이 증가했다는 것이 나왔다. 모든 테마가 '연휴'로 묶였으나 나는 자취방에서 혼자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이전 회사를 퇴사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생각해보면 한 달밖에 안됐는데 이렇게 기분이 다운될 수가 있나 싶기도 하다. 조급함은 꼭 과제할 땐 안 나타나고 이럴 때만 나타나서 날 괴롭힌다. 그만큼 난 나 자신을 믿고 확신하는 법을 공부해야 한다. 난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을 거라고 내게 말하는 법을 말이다.



오늘은 힘드니까 마음껏 우울할 거야.


사람들은 우울할 때 얼른 이 우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라도 활동적인 일을 찾아본다고 한다. 나의 우울감 해소법은 우울이 밀려오는 대로 잠깐 잠겨있는 것이다. 기분은 정말 심각하지 않은 이상 언젠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기분이 잠수 중이다. 다들 걱정하지만 이 부분에선 답할 수 있다. 난 감정 기복이 있으며, 그래서 잠수할 때도 산소마스크를 달고 내려가니 큰 걱정은 말라고.


짧은 내 삶을 돌아보면 난 항상 몸이 힘든 것보다 마음이 힘들 때 타격을 많이 받았다. 이때 해결하려고 이런저런 방법을 많이 써봤다. 친구들을 불러 만나거나, 술을 먹거나, 미친 듯이 잠만 자거나, 미친 듯이 울거나, 먹고 싶은 걸 다 사 먹거나 등등. 그런데 그렇게 행동한다고 기분이 좋아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단축되진 않았다. 똑같았다고 보는 게 나았다. 그때 알았다. 언젠가 기분이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내 기분의 제어 버튼은 내게 없다는 것도.


오늘은 2021년의 인생에서 마음이 힘든 날이다. 힘드니까 마음껏 우울할 거다. 그냥 영화나 보면서, 글을 쓰면서, 좀 괜찮아졌다 싶으면 자소서에 쓸 내용 생각하면서.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우울할 테다. 산소가 희박해지기 전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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