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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Feb 19. 2021

어떻게 사는 삶, 어떻게든 사는 삶

지금 난 어떻게든 사는 삶

- 여담

어제 깜빡하고 브런치 글을 안 썼다. 왜 깜빡했느냐면 모처럼 가족 구성원이 서울로 올라왔고, 모처럼 영화를 봤는데, 그 영화가 내 최애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이었고, 감상한 영화가 화제의 <테넷>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리뷰를 쓰고 싶어도 이해가 안 돼 못 쓰는 중이다...)




- 25, 퇴사, 동기

오늘은 기필코 브런치에 글을 제때 올리겠다는 집념으로 친구와의 약속도 적당한 시간에서 끝낸 채 집으로 돌아왔다. (사실 체력이 달려서다...) 오늘 만난 친구는 나보다 먼저 직장생활을 시작해 최근 퇴사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나와 그 친구 둘 다 25살, 퇴사 경력(?)의 소유자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서로 퇴사하게 된 사유나, 직장생활에 대한 고충을 신나게 이야기하며 곱창을 먹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내가 모르는 새 수많은 고생을 했더라. 법으로는 당연한 이야기가,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나도 처음에는 마음이 상해 집으로 돌아와 운 적도 있다고, 왜 회사에 그런 경우가 생기게 되는지 모르겠다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 즐거운 이야기 좀 해줘

2차로 카페를 갔다. 음료를 시키고 대화를 하는 내내, 우리의 주제는 '회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다 대화 소재가 다 떨어지자 말을 점점 아끼게 됐다. 내가 말했다.


"즐거운 이야기 좀 해줘. 뭐 없어?"

"즐거운? 허..."


즐거운 이야기는 애초에 나한테도, 친구한테도 없었다. 최근까지 나는 퇴사와 취준, 친구는 회사와 퇴사를 한 사람들이라 남은 주제를 박박 긁어모아도 다 현실적이고 조금은 암울한 것들뿐이었다. 친구는 어떻게 생각했을지 몰라도 나는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 같아 헛웃음이 났다. 기왕이면 좀 즐겁게 살고 싶은데, 아직 방법을 몰라서인지 뭘 해도 영 즐겁지가 않아서.



- 100세시대니까

아빠는 내가 속한 밀레니얼 세대의 평균 수명은 100세를 웃돌 거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왠지 모를 답답함을 느꼈다. 삶의 재미를 찾으려면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지도 모르는데 100세까지는 거뜬히 살 수 있다니. 그러다 재미를 못 찾으면 남은 80여 년의 시간을 무료하게, 싫증 나게 보내야 하는 건가 싶어서. 


나이대별로 갖춰야 할 애티튜드 교과서가 있으면 더 나을까? 25세의 삶은 이렇게 이렇게 살아야 한다, 24세의 삶은 25세의 삶을 위해 이렇게 준비해야 한다, 라는 식의 지침서가 있다면 말이다. 물론 교과서적인 삶은 내 삶의 태도와 상반된 것이지만 가끔 길을 잃을 때면 그 필요성이 간절해진다. (feat.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 어떻게 사는 삶, 어떻게든 사는 삶

내 취업 소식을 들은 아빠는 당장 문자로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날려주었다. 그리고 어제 통화를 잠깐 했을 때, 내게 물었다.


"그래서 너 집엔 언제 내려올 수 있냐?"

"이쯤 되면 아빠가 올라오는 게 빠를 듯."

"아, 안 갈래. 너 회사 적응하느라고 울 거 같아서 못 가겠다."

"아, 그렇네. 그럼 나 수습 끝날 때쯤에 와."

"그래."


회사 생활의 첫 3개월은, 아니 수습기간은 우는 기간이라고. 아빠는 말했다. 난 그 말이 현실이 될까 봐 동의하지 않았는데, 한 번 겪고 나니 너무 적극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어 슬프다. 어떻게 사는 삶보다 어떻게든 사는 삶을 먼저 하고 있는 내가 언젠가 '어떻게 사는 삶'을 생각하는 날이 올 지 모르겠다. 브런치에 글을 쓸 때 '모르겠다'라는 말을 쓰는 횟수가 점점 쌓이는데 언제까지 모를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고민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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