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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Feb 20. 2021

직접 보고 들은 것만 믿기로 했다.

두 번째 직장을 위한 다짐

비교적 최근까지 나는 소문을 잘 믿었다. 소위 말하는 '~카더라 통신'을 잘 믿는 편이었다. 그래서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소문의 진위여부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직접적으로 연관된 일도 아니고, 내가 그 소문을 만들어낸 장본인도 아니니 누가 전달해주면 아, 그래? 하며 친구들과 수다를 떨곤 했다. 나도 그 대화에 동참하면서 소문을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는 걸 망각한 채 말이다.


그런데 이게 무척 잘못된 언행이라는 걸 근래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한번 잘못 퍼진 소문은 끝없이 꼬리를 물고 몸집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걸 직접 느꼈고, 내가 그 소문의 대상자가 돼 보기도 했다. 그때 다짐했다. 


앞으로는 '직접' 보고 들은 것만 믿겠다고.


학교를 다니거나 회사를 다니거나 앞담화, 험담은 빠지지 않는 생활요소가 되었다. 이 이유는 무척 단순한데, 바로 '모두와 잘 지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환경과 수많은 변수를 겪으며 살아온 사람들은, 저마다의 가치관이 있고 그 가치관에 어긋나는 말과 행동을 접했을 때 당연히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방어기제가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갈등을 빚고, 싸움을 하고, 사이가 틀어진다. 나 역시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다.


모두가 그렇듯 누군가 내 뒷담을 한다는 걸 알아챈 경험이 있고, 그 반대로 자신이 누군가의 뒷담을 한 경험도 있다. 불과 대학생일 때까진 이렇게 살아오는 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무마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러나 첫 번째 직장까지 경험한 뒤, 이제 더는 이런 언행을 가지고 살아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직장의 면접 질문 중 '직장생활에서 본인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한 것이 있었다. (정확한 질문명은 기억나지 않으나 대강 이런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나는 '뒷담'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덧붙여, 나에 대한 뒷담을 다른 사람 입을 통해 돌아서 듣는 게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면접관들의 반응은 기억나지 않으나, 그 대답이 딱히 내 면접평가에서 플러스 요인이 되진 않았을 것 같다.


요새 드는 생각은, 내가 그렇게 철없이 언행을 하고 살았던 게 하나 둘 돌아오는 것 같다는 것이다. 나도 누군가의 험담을 해봤기에 누가 내 험담을 하더라도 기분 나쁘다고 강하게 제지할 수가 없다. 나도 어떤 뜬소문을 그대로 믿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그런 뜬구름 같은 소문의 주인공이 되어도 반박하기 힘들었다. 이전 글에서 밝혔듯 앞으로 평균 수명이 100세라면, 1/5을 넘어선 지금부터라도 똑바로 생각하고 말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드라마 <악의 꽃>에서 문채원이 한 대사가 있다.


"그리고 이건 제 수사 방침인데요, 전 제가 보는 것만 믿습니다."


두 번째 직장생활 앞에서 새로 다짐해본다. 직접 보고 들은 것만 믿겠다. 이건 내 직장생활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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