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상황에 딱 맞는 크기
5평 정도의 지하철 역과 가까운 나름 역세권(?) 집이다. 집에 놀러 오는 친구들마다 '화장실이 너무 크고, 실제로 자는 방은 너무 작다'라고 말하는데, 사실 나도 여기에 공감은 하지만 그래도 지금 사는 곳이 마음이 든다. 남향은 아니라도 햇빛이 잘 들고, 보안도 꽤 튼튼하다. 무엇보다 방에 누웠을 때 한눈에 방 전체가 보여 좀 덜 무섭달까?
돈을 모으면 꼭 집을 10평으로 구해야지, 자차를 사는 것보다 집이 우선이야 라고 생각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취직을 해서 돈을 모으는 이유 1순위는 집, 2순위는 차(그때까지 면허 없으면 운전면허학원 다니기)였다. 그런데 최근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상황에 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진 것이다.
어떤 계기를 바탕으로 생각이 바뀐 건지 모르겠다. 요새는 '태어났으면 다 그만한 쓸모가 있겠지...'라고 생각한다. 저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요지는 '그러니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적당한 사람으로 살자'라는 것이다. 내 본래의 쓸모보다 과한 욕심을 부리면 그 결괏값이 안 좋다는 걸 몇 번의 경험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청소할 때 너무 힘들다 싶으면 끝나는 크기, 밤에 집에 오면 혹시 누가 침입했을까 확인하기에 딱 최소의 시간이 걸리는 크기, 그러면서도 두 발 뻗고 편하게 누울 수 있는 크기, 그리고 거기서 오는 감사함. 이 적절함이 나를 편안하게 만든다. 물론 그날 밖에서 무슨 일을 겪고 들어오느냐에 따라 가시방석이 되는 날도 있겠지만.
이건 미래의 나를 위한 일이지 지금의 나를 위한 일은 아니다. 생각은 언제든 바뀔 수 있기에 대비해서 넣는 적금이라고 여긴다. 확실한 건, 지금의 나는 지금 내가 무사히 잘 살아있다는 것에 만족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는 과거보다 발전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종종 20살이 시작된 순간부터 내가 잘못 살아왔다는 생각에 휩싸일 때가 많은데, 이렇게 하나씩 바꿔가며 그 생각을 줄여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