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상대성
문득 정신을 차리니 오늘은 2월의 넷째 주에서 화요일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약속이 있어 모처럼 자취방을 벗어서 꽤 멀리까지 나갔다 왔다. 나갔다 다시 자취방으로 돌아오니 체력이 너무 달려 오늘도 브런치 글을 깜빡할 뻔했다. 내일은 대학교 동기들의 졸업이다. 이걸 까먹고 있다가 오늘내일 일이 좀 번거로워졌다. 내일도 졸업 축하와 약속을 나가고 나면 하루가 다 지나있겠지. 맙소사, 그럼 벌써 2월의 마지막 목요일이잖아?
회사를 다닐 때도 느낀 건데, 하루하루의 9시간 근무는 정말 느리게 흘러가는데 그 9시간'들'이 모여 일주일이 되면 정말 빠르게 흐른다. 월요일 아침마다 출근하기 싫어 죽을 것 같으면서도 어찌어찌 지적과 수다와 야근과 오늘 점심 뭐 먹지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금요일이다. 그렇게 주말까지 일주일을 채우면, 한 달의 한 줄이 지워진다. 그리고 또다시 반복. 아, 벌써 월요일이야?
아마 하루에 고정적으로 몇 시간씩 노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하루는 길고, 일주일은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에 공감하리라 본다.
그런데 퇴사하고 다시 취준생으로 돌아와 시간을 보내니 그 반대가 됐다. 적어도 나는.
하루는 빨리 흘러가는데 그걸로 일주일을 채우려니 오래 걸리는 느낌이었다. 시간의 흐름이 상대적으로 느껴졌다. '오늘 하루도 아무 공부 안 하고 그냥 헛되이 보냈네'라는 생각 때문에 하루는 좀 더 후다닥 도망가는 느낌이다. 그에 반해 일주일은 '이번 주까지 자소서 마감이야', '이번 주에 면접이야' 등등의 이유로 채워져 더디고 괴롭게 흘러간다.
나는 예민한 편이라 어떤 일정이 잡히면 불면증이 온다. 그래서 퇴사 이후 내 1월과 2월의 반 정도는 거의 밤낮이 바뀐 채로 살았다. 올빼미형 인간이 되기 싫어 한동안 커피도 끊고, 저녁이면 꾸준히 산책도 나가고 했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남들보다 체감하는 하루가 길었다. 한 30시간은 되는 것 같았다.
이제 다시 회사에 들어가니 밤낮은 다시 바뀔 수 있을까. 그럼 다시 하루는 느린데 일주일은 빠른 삶을 살게 될까. 중요한 건, 체력이 불과 두 달 전 회사원일 때보다 더 안 좋아졌다는 점이다. 입사를 2주 정도 남겨둔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직무에 대한 정보가 아닌 건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러다 나중엔 하루든 일주일이든 둘 다 느리게 느껴질 것만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