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火) 말고 화(花)는 어때요
입사를 확정한 후 입사할 회사에 대한 정보가 혹시 있을까 싶어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시간이 늘었다. 회사에 관한 정보를 찾다 보니 자연스레 구직 사이트를 비롯한 취업 커뮤니티도 돌아다니게 되고, 게시물도 자주 보게 됐다. 올라오는 글을 보며 느낀 점은, 사람들이 다들 지쳐 보인다는 것이다.
취업난에 지친 구직자들과, 이미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직장인들, 그 밖의 다른 사람들의 댓글 대화는 서로 조금씩 날이 서 있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
갑 "이건 A인 것 같은데 자꾸 B래요. 너무 화나요."
을 "B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예민해요?"
나는 위 대화가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문창과 합평 수업에서 주로 목격한 광경과 비슷하다. 학부생들끼리의 작품 피드백 시간임에도 날 선 공방이 종종 오고 가곤 했다. 각 공방의 요지는 이거였다.
냉정하게 봤을 때 갑과 을 모두 이 요지를 시전하고 있다. 정확한 의사를 전달하려면 갑이 왜 A라고 생각하는지 명확한 근거를 대야 할 것이고, 을이 B라고 생각하는 근거도 명확하게 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칼인 것 같은 말투가 문제이다. 을의 말을 내가 생각하는 좀 더 무난한 말투로 바꿔본다.
을 "작성자님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다른 사람들은 B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난 사람들을 자주 미워했고, 그래서 자주 싸웠다. 대놓고. 그럼에도 아직 내 주변에 사람들이 남아있다는 건, 내가 정말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들이 정말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요새는 화가 나더라도 잘 참으려고 노력한다. 사실 화는 치밀어 오르는 그 순간만 참으면 그다음부터는 수그러들더라. 나도 그렇다는 걸 직접 경험한 최근에야 알게 됐다. 부끄럽게도.
각자의 삶이 있고 사람이 있고 목표가 있다. 누구도 그걸 지적할 권리는 없다. 물론 내게도 없다.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에게 말이든 실제 칼이든 겨누고, 그 배경이 온라인이 되면 더 심하게 공격한다.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니까, 그냥 한 번 권유해본다. 그렇게 화를 내지 말고 부드럽게 말하는 연습을 해보자고.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