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최근 퇴사한 친구들까지 셋이 우리 집에서 뭉쳤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회사 이야기로 대동 단결되는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퇴사할 때 챙겨야 할 서류부터 입사할 때 고려하는 조건이나 각자가 겪은 회사의 부조리를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났다. 셋 다 회사에 대한 칭찬보다 불만이 많았고, 그 모습을 보니 이게 현실인가 싶어 조금은 서러웠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우리는 학생이었는데, 지금은 다들 졸업을 하거나 학교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린 언제 이렇게 성장했을까. 학점 관리 어떡하냐, 그 교수님 별로다, 계절학기 들을 거냐를 입에 달고 살던 우리는 이제 퇴직금, 복리후생, 회식문화, 조직문화에 대해 떠들게 됐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래도 발 하나는 걸쳤다고 할 정도로 나름의 기준점을 세우고 있다.
'좋은'회사란 없다.
친구들은 내가 앞으로 다닐 회사도 함께 의심(?)해줬다. 면접 분위기와 들었던 질문을 얘기해주고 친구들은 잘 들어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다 한 친구가 던진 말은 압권이었다.
"그냥 '좋은 회사'란 건 없어."
그 말에 같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주변의 직장인들의 썰을 듣다 보면, 대학 다닐 때까지 그렇게 열정적이고 착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다들 퇴근하고 집에 가면 울었다 그러고, 나도 몇 번 울었다. 그러다 나중엔 힘든데 울기 지쳐서 못 우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 '이해관계', '수익', '성과'와 같은 말이 현대인들을 야박하게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적게는 여러 명, 많게는 수 천명을 아우르는 '회사'라는 집단이 내게 딱 맞기를 바란다고 보면, 너무 큰 욕심을 부리는 걸로 보인다. 그래도 회사가 내게 이건 해줬으면, 이건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조건들을 포기하기가 어렵다. 어딘가에 그런 회사가 있으리란 희망을 계속 가지고 있다. 찾은 적이 없으면서도.
'덜' 나쁜 회사
어쨌거나 최근 퇴사한 3명이 나눈 대화 끝 결론은 '덜' 나쁜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데가 어딨는데?"
모른다. 요새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사라진다던데, 그럼 평생 직업, 직장 탐험을 해야 할 것 같다. '아, 그래도 A회사가 B회사보단 나았지.', '근데 B회사는 이게 별로야.', 'C회사로 이직할까?'란 말을 입에 달고 살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