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
자존감을 높이는 법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연애의 참견>이라는 프로그램의 클립 영상을 보게 됐다. 사연녀가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라고 밝히자 김숙이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라'라고 조언했다. 본인은 가야금을 배웠는데, 띠링띠링 울려 퍼지는 소리에 마음이 정말 좋아졌다고. 프로그램이 프로그램인 만큼 해당 영상의 요지는 그게 아니었을지 몰라도 보고 난 후 내 기억 속에 남은 말은 김숙의 조언뿐이었다.
내가 뭘 잘하는지 모르겠어.
아마 내 브런치의 다른 매거진이나 다른 글을 읽어본 독자들은 저 말이 내 브런치에서 자주 등장한다는 걸 알 것이다. 김숙도 가야금이 자신과 맞을 거라곤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문득 가야금을 접해 배우게 됐는데, 그 소리에 매료되어 배우는 동안 보람과 자존감 모두 높이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난 지금껏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글쓰기'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에 큰 변함은 없다. 초등학교 때 백일장 상을 받자 어른들이 툭 던진 '그럼 넌 작가 하면 되겠다!'라는 말에 빠져, 지금까지 글을 쓰고 있다. 그러나 글을 오랫동안 쓰고 있자 이 행위가 내 자존감을 높이는 건지, 오히려 낮추는 건지, 그대로인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자주 들기 시작했다. 작가의 꿈을 키운 이후 10년 넘는 시간 동안 글과의 권태기가 종종 왔고, 그럴 때마다 다른 일을 해봤다가 결국엔 다시 글로 돌아오는 삶을 살았다.
여담이지만 <연애의 참견>의 해당 회차 사연에서 사연녀가 남자 친구 때문에 자존감이 많이 깎였다는 내용이 있었다. 나 역시 과거의 서투른 연애사에서 그런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잊으려고도 해봤으나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낮은 자존감에서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자 상대방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서로를 지옥으로 만들었다. 지옥 같은 연애가 끝나고 나는 미친 듯이 대학생활에 집중했다. 학생회, 대외활동, 단체 활동, 복수전공, 작사 작업, 글 작업을 병행하며 1년여를 보냈다. 그 시기는 병원도 다니고 상담도 받았던, 낮아진 자존감 때문에 가장 어두웠던 시기였다.
지금은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매일을 후회하고 반성하며 살기 위해 노력한다. 와중에 글쓰기는 포기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브런치에 매일 글을 쓰면서, 백수로서의 삶에서도 나름의 규칙을 세울 수 있게 됐고, 독자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며 작가가 된 것 같은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냥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자존감이 너무 내려간 것 같다면 이것저것 해보라고. 집에서 혼자 하는 취미여도 괜찮고, 배우려고 학원을 다니는 것도 괜찮다. 이럴 때는 과하지 않은 선에서 돈을 좀 써도 좋다. 그렇게 접한 여러 가지 중에서 내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는 무언가를 찾길 바란다. 그게 당신의 자존감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난 요새도 글과 권태기에 빠지곤 하지만, 매력적인 글을 읽고 쓸 때마다 희열을 느낀다.
김숙은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지만, 막 엄청 잘하진 못하더라도 '즐길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