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야 할까
불과 며칠 전 글만 해도 부지런하게 마케팅 관련 책도 읽고 기획안, 제안서 쓰는 법도 공부할 것이라 다짐했건만 제대로 실천한 건 딱히 없다. 속성 과외라도 받자는 심정으로 어제 눈여겨보던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 정기구독 결제를 했다. 커피를 마신 탓에 잠은 오지 않고, 마음은 불안해서 밤새 퍼블리의 신입사원들을 위한 꿀팁 콘텐츠나 마케팅 관련 콘텐츠 글을 읽었다. 생각보다 돈이 아깝지 않은 퀄리티라서 놀랐다. 최근 소비 중에 가장 합리적이었달까? 하하.
오늘은 미루고 벼르던 입사 전 제출서류를 준비했다. 이전 직장에 연락한 지(그리고 재촉한 지) 근 2주 만에 경력증명서와 원천징수영수증을 발급받았다. 원천징수영수증은 어차피 봐도 뭔 소린지 내가 모르니 그렇다 쳐도, 경력증명서가 내 생각보다 좀 심플한 항목으로 와서 놀랐다. 그래서 고민하다 입사할 회사의 담당자님께 경력증명서 필수 항목이 혹시 있느냐고 여쭤봤다. 굉장히 빠르고 신속한 답변이 왔다.
경력증명서 필수 항목은 없고, 국민연금에서 경력증명서 발급받으시면 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발급받을걸...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오늘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회초년생이 되었다.
이전 회사에서는 입사 전에 서류를 준비하라는 말이 없었다. 그래서 첫날 출근했더니 이러저러한 서류, 입사 첫 주에 그러저러한 서류를 내라고 해서 공인인증서를 쓸 일이 많았다. 공인인증서를 사무실 컴퓨터로 옮기면서 내가 다음부터는 공인인증서를 꼭 USB에 담아서 다니리라 다짐했었다. (폰->PC 내보내기가 은근히 귀찮고 번거롭더라고요...) 그런데 이번 회사는 입사 전에 다 준비해서 첫날 제출하라고 안내받았다. 나로서는 더 좋았다. 첫날부터 서류 때문에 정신없기는 싫으니까.
서류를 차례로 정리하고 클립으로 끼워 미리 챙기는데 서류 번호가 (Only 개수) 7번까지 나왔다. 여러 번 입사, 이직, 퇴사하시는 분들은 매번 이걸 준비한다니 새삼 너무 대단한 것 같다.
출근 첫날 사무실에 들어가서 뭐라고 해야 하지? 란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무슨 드라마처럼 사무실 문을 힘껏 열면서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출근하게 된 마케팅 부서 정그믐입니다!" 하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 면접 보러 갔을 때도 안 그랬는데. 그렇다고 문 앞에 서성거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들어가서 "저.. 오늘부터 출근하게 된 정그믐인데... 어디로 가야 할까요...?"라고 말하는 게 제일 내 성격답긴 한데 너무 자신감 없어 보여서 마음에 안 든다. (첫 출근 전 히스테리 부리는 거 맞다) 뭐든 첫인상이 중요하다는데, 내가 제일 자신 없는 게 첫인상 좋게 남기기다.
자꾸 머릿속에 아이유 <분홍신>과 김연우 <이별택시>가 번갈아 재생된다. 혼잣말로 길을 잃었다고 중얼거리다 좀 있음 누구 붙잡고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 상담할 것 같다. 어후, 차라리 빨리 출근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입사 직전의 긴장감이란 두 번째지만 적응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