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에 대한 고찰
한때 친해지기 위해서는 술을 마셔야 한다는 말을 종종 들을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 서로 건네던 대화에는 "그믐이는 술 좋아해?"나 "그믐씨는 술 잘 드세요?"가 포함돼 있었다. 그때마다 내 대답은 갈 곳을 잃었다. 술을 좋아하는 건 아니니 "안 좋아해요."라고 답하면 그때부터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조용조용한 사람으로 인식됐다. 음? 술을 안 마시니 술자리를 안 갈 뿐인데 왜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싫어한다고 생각하지? 이상했지만 이해는 갔다. 나 같아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았다. 새로 만난 사람들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하려면 술이 필요한 건, 어느 정도 사실이니까.
그렇게 살아오니 난 내가 남들과 대화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요새 친구들을 자주 만나며 느낀 건, 여전히 날 찾아주고 불러주는 사람들이 꽤 많고, 그 사람들과 있을 때 난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내성적인 사람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1. 낯가려서 아무 말도 안 하는 사람
2. 낯가려서 아무 말이나 하는 사람
나는 원래 1번이었는데 대학을 다니면서 2번으로 서서히 바뀌었다. 요새는 긴장하거나 낯가리면 손까지 사용해서 되게 아무 말을 한다. 말이 많아지는 것이다. 오히려 정말 찐친들과 있으면 나 말고도 말하는 사람이 많고, 어차피 즐거운 분위기이니 말수가 줄어든다.
그렇다고 긴장과 낯가림이 공존하는 자리를 마냥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는 자리더라도, 상대방의 긍정적인 기운을 받게 되면 그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크게 든다. 그래서 나름 열심히 대화에 끼고 싶어 한다. 물론 그 결과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지만. 새 친구를 사귀는 데 걱정을 하는 건, 상대방이 나의 낯가림을 싫어할까 봐란 생각에서 온 걱정이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나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좋아한다. 물론, 술이 없으면 더 좋다. 그래서 나는 친해질 때 카페를 애용한다. 달달한 디저트와 쌉싸름한 커피 향 속에서 나누는 대화가 더 정겹달까?
아직 나랑 많이 친하지 않은 사람들은 나와 약속을 잡을 때 조심스러워한다. 혹시 내가 자신을 만나는 걸 부담스러워할까 봐서였다. 나는 낯가리지만 리액션하려고 마음먹은 상황이 아니면 굉장히 포커페이스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엔 무표정일 때가 많아 기분이 안 좋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렇지만 난 실제로 기분이 나쁘면 나쁘다고 말하는 편이다. 나 같은 낯가림 쟁이들은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속으론 '다음에 무슨 말을 하지?'란 생각에 휩싸여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
오늘은 입사를 며칠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내 성격에 대한 고찰을 하고 싶었다. 마침 이번 주에 약속이 계속 잡혀있기도 하고, 내 대인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결론. 낯가리는 사람들도 불러주면 아주 좋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