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가요?
그들은 종종 주말이나 연휴에 맞춰 고향으로 내려가 힐링을 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고향에 내려간 친구들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면, 고향 친구들을 잘 만나고 잘 돌아다니는 걸 볼 수 있다. 원래 나도 대학교 1, 2학년 때까지는 고향에 내려가 고향 친구들을 만나곤 했다. 그러나 이제 나는 고향에 내려가면 거의 집에만 있다. 밖에 나가는 것도 가족 구성원들과 함께일 때 외출을 마음먹는다. 그때의 외출은 외식하기 위해서가 99%다. 그렇다. 현재 나는 연락하는 고향 친구가 정말 한 명? 내지 두 명이다.
명절이나 특별한 날 보내는 연락 말고 한 번 이상 말이다. 생각해보니 최근 1년 동안 정말 안부를 묻기 위해 연락한 고향 친구는 한 명도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먼저 연락한 기억도 없다. 사실 나는 연락이 오면 받고, 오지 않으면 구태여 먼저 연락하지 않아 친구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젠 공분을 살 남은 친구들이 없다. 엄청 크게 싸웠거나, 사이가 틀어졌다기보다 그냥 서서히 멀어지다 끊어졌다. 그 사이에 내가 연락처를 바꾼 것도 한몫할 것이다. 그런데 대학 친구들은 졸업하고 반년이 지난 지금도 연락을 하고 있다. 신기한 일이다.
그걸 깨달은 뒤부터 고향 친구들과 서서히 멀어졌던 것 같다. 각자의 전공이 정해졌고, 다니는 학교도 달라졌으며, 그 학교가 위치한 지역도 전국 팔도가 되어 각기 달랐다. 이 좁은 대한민국 땅이라도 몸이 멀어지니 생각도 서로 달라지더라. 어쩌면 학창 시절부터 쌓였던 차이가 성인이 된 뒤 더 확고하게 굳어져 터진 것일 수도 있다. 중간중간 나의 서투른 대인관계 능력은 덤이다... 어쨌거나 대학교에 입학한 뒤, 내 대인관계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러고 학생회나 동아리, 대외활동을 하면서 내 대인관계는 점차 고향 친구들보다 성인 이후 새로 알게 된 사람들로 이뤄지게 됐다.
뭔가 학창 시절 내 성격이 이상해서 지금 결괏값이 이렇게 된 것만 같다. 여전히 '고등학교 친구가 찐친, 대학교 친구는 가짜'라는 말이 돌아다니는 세상에서, 내가 걸어온 방향이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특히 대학교 친구들이 각자의 대학교 친구들만큼이나 고향 친구들과 허물없는 관계를 대학생활 4년, 5년 내내 잘 유지하는 걸 보면 더 그렇다. 나도 안다. 난 '연락 문제'에 있어선 친구들한테 차여도 할 말 없는 입장이다. 가볍게 안부 묻는 것도 왜 그렇게 안 되는지 참... 나 자신을 알고 싶어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다시 막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아닌데, 아무튼 복잡 미묘하다. 그냥 지금의 내 대인관계도 이상한 게 아니라고 누군가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상한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