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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Mar 03. 2021

고향 친구는 없고, 대학 친구만 있답니다

이상한가요?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니면 상경한 친구들이 많다.

그들은 종종 주말이나 연휴에 맞춰 고향으로 내려가 힐링을 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고향에 내려간 친구들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면, 고향 친구들을 잘 만나고 잘 돌아다니는 걸 볼 수 있다. 원래 나도 대학교 1, 2학년 때까지는 고향에 내려가 고향 친구들을 만나곤 했다. 그러나 이제 나는 고향에 내려가면 거의 집에만 있다. 밖에 나가는 것도 가족 구성원들과 함께일 때 외출을 마음먹는다. 그때의 외출은 외식하기 위해서가 99%다. 그렇다. 현재 나는 연락하는 고향 친구가 정말 한 명? 내지 두 명이다.



여기서 연락이라 함은 1년에 한 번 이상을 의미한다.

명절이나 특별한 날 보내는 연락 말고 한 번 이상 말이다. 생각해보니 최근 1년 동안 정말 안부를 묻기 위해 연락한 고향 친구는 한 명도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먼저 연락한 기억도 없다. 사실 나는 연락이 오면 받고, 오지 않으면 구태여 먼저 연락하지 않아 친구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젠 공분을 살 남은 친구들이 없다. 엄청 크게 싸웠거나, 사이가 틀어졌다기보다 그냥 서서히 멀어지다 끊어졌다. 그 사이에 내가 연락처를 바꾼 것도 한몫할 것이다. 그런데 대학 친구들은 졸업하고 반년이 지난 지금도 연락을 하고 있다. 신기한 일이다.



대학 생활을 하며 가치관이 서로 달라졌다.

그걸 깨달은 뒤부터 고향 친구들과 서서히 멀어졌던 것 같다. 각자의 전공이 정해졌고, 다니는 학교도 달라졌으며, 그 학교가 위치한 지역도 전국 팔도가 되어 각기 달랐다. 이 좁은 대한민국 땅이라도 몸이 멀어지니 생각도 서로 달라지더라. 어쩌면 학창 시절부터 쌓였던 차이가 성인이 된 뒤 더 확고하게 굳어져 터진 것일 수도 있다. 중간중간 나의 서투른 대인관계 능력은 덤이다... 어쨌거나 대학교에 입학한 뒤, 내 대인관계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러고 학생회나 동아리, 대외활동을 하면서 내 대인관계는 점차 고향 친구들보다 성인 이후 새로 알게 된 사람들로 이뤄지게 됐다. 



이런 관계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뭔가 학창 시절 내 성격이 이상해서 지금 결괏값이 이렇게 된 것만 같다. 여전히 '고등학교 친구가 찐친, 대학교 친구는 가짜'라는 말이 돌아다니는 세상에서, 내가 걸어온 방향이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특히 대학교 친구들이 각자의 대학교 친구들만큼이나 고향 친구들과 허물없는 관계를 대학생활 4년, 5년 내내 잘 유지하는 걸 보면 더 그렇다. 나도 안다. 난 '연락 문제'에 있어선 친구들한테 차여도 할 말 없는 입장이다. 가볍게 안부 묻는 것도 왜 그렇게 안 되는지 참... 나 자신을 알고 싶어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다시 막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아닌데, 아무튼 복잡 미묘하다. 그냥 지금의 내 대인관계도 이상한 게 아니라고 누군가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상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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