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첫 출근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래 2021.03.07. 업데이트 사항이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일 카페에서 지인들과 만남을 가지고 있을 때였다. 대화를 나눈다고 휴대폰을 안 보고 있었는데, 몇 시간이 흐른 뒤 잠깐 휴대폰을 확인했더니 이런 문자가 와 있었다.
지난주 내가 지인들과 방문한 카페를 확진자도 방문한 모양이었다. 당연히 문자를 받자마자 그날 카페 약속은 파하게 됐고, 당시 함께 있던 지인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지난주 만났던 지인들에게 연락해(지난주 카페 방문 때 내 연락처만 적었다) 택시를 잡아 타고 가까운 보건소로 향했다. 나와 내 지인들은 잔뜩 놀란 상태로 택시 안에서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코로나 19가 발견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런 연락을 처음 받아봤다. 그래서일까, 문자 내용상 내가 밀접접촉자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당시 음료 섭취 말고는 대화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는 걸 알면서도 불안했다. 혹시나 확진자와 내가 지나가다 근거리에 있게 된 상황이 생겼을 수도 있고, 내가 음료를 섭취한다고 마스크를 벗은 사이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내가 코로나 19이면 어떡하지?'에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문자 수신 시간으로부터 30분쯤 뒤에 내가 문자를 확인했고, 그래서 빨리 지인들에게 연락한 뒤 시간 맞는 사람들과 택시를 타고 선별 진료소에 도착하자 이미 5시 언저리였다. 진료소 직원분은 검사가 마감됐으니 다음날 아침 9시에 오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마스크 착용 잘하고 자가 격리하고 있으라고도. 나와 지인들은 진료소를 나와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각자 집으로 빨리 흩어졌다. 갑자기 정신이 없어진 탓에 괜히 막 머리가 아픈 것 같고 그랬다. 그리고 당장 다음 주 월요일로 다가온 첫 출근에 대한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낼모레 첫 출근을 해야 하는데?! 토요일 아침에 검사받으면 일요일 저녁까지는 결과가 나오려나?? 그때까지 안 나오면 어떡하지? 찾아보니까 1~2일 걸린다는데 내가 그 2일 걸리는 사람 중 한 명이면? 회사가 이런 내 사정을 봐줄까? 아직 계약서를 쓴 상태도 아니라서 뭐 반차를 쓰거나 할 수도 없을 텐데?
출근도 하기 전에 짤리는 건가?!
걱정되는 마음으로 오늘 아침 검사를 받으러 보건소로 향했다. 일찍 받아야 일찍 결과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주말에 9시~13시 사이 운영하는 선별 진료소에 아침 9시쯤 도착했다. 그런데 이미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내가 줄을 선 뒤에도 사람들은 속속 도착해 내 뒤를 채웠다. 이윽고 방호복 입으신 의료진분께서 한 명씩 대기 순번표를 나눠주셨는데, 일찍 왔음에도 내 번호는 145번이었다... (진짜 우리나라 사람들 부지런한 건...) 당시 같은 카페에 같이 있었던 친구들과 1시간 정도 줄을 선 뒤에야 부스 쪽으로 갈 수 있었다.
부스는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부스 1과 검사를 진행하는 부스 2가 있었다. 우선 부스 1에서 민증과 휴대폰 번호 확인을 한다. 확인이 완료되면 검사 키트를 주며 부스 2로 가라고 안내해주신다. 키트를 손에 꼭 쥔 채 부스 2로 가 거리두기 하며 차례를 기다렸다가, 의료진분이 오라고 할 때 가서 검사를 받으면 된다. 나는 이번이 첫 검사였는데, 검사는 면봉 2개를 각각 입, 코에 넣었다 빼는 식이다. 입은 그냥 했지만 코는... 내가 긴장한 탓에 힘을 줘서 더 아팠다. 수영장 물 먹었을 때의 기분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기다리는 시간은 길었지만 검사는 체감상 1분? 정도 걸렸다. 다행히 그나마 일찍 간 덕분에 오전 10시경 검사를 끝낼 수 있었다.
부스로 향하는 길목에 간간이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2일 정도 소요됩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보였다. 정말 2일이 걸릴까 봐 무서웠다. 아직 출근도 못한 회사가 무서웠고, 정말 내가 그 코로나에 걸릴까 봐 무서웠다.
진짜 제발... 첫 출근날부터 업무 실수도 아닌 코로나 때문에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가게 되는 그런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생각만 수백 번 한 것 같다. 검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찝찝한 마음에 바로 샤워를 하고 나왔다. 아무래도 내일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고, 친구들도 미리 회사에 연락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여 미리 양해 문자를 보냈다. 다행히 담당자님은 내 입장을 이해해주시고 배려해주셨다. (어제 걱정만 한 보따리였던 게 다 날아갔다. 이럴 거면 걱정부터 하지 말고 대책이나 강구하지...)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날짜 이후로 만난 지인들에게도 한 명, 한 명 혹시 모르니 조심하라는 연락을 보냈다. 이제 하나, 검사만 '음성'이 나오면 된다. 밀접접촉자는 아니라지만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제 집 앞 외출도 삼가여야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어본다.
이 글의 유입이 많아 많은 분들이 정보가 필요하신 것 같아 업데이트합니다.
저는 노원구 보건소에서 코로나 19 검사를 받았으며, 3월 6일 오전 10시쯤 검사를 끝마쳤고, 결과는 3월 7일 오전 9시 40분쯤 문자로 받았습니다. 노원구 보건소의 경우 검사하는 양이 많아 2일 정도 기간이 소요된다고 안내되지만, 약 24시간 만에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급하게 검사 결과가 필요하신 분들은 보건소나 검사 가능한 병원을 검색한 후 먼저 전화로 문의하시고 방문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하루 검사 물량이 정해져 있어 만약 검사 가능 시간이 AM 9:00~PM5:00까지로 나와있더라도 그보다 훨씬 이전에 검사가 마감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검사를 권유하는 문자를 받으신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마시고 자차나 도보, 불가할 경우 택시를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검사자 1인당 한 개씩의 검사 키트를 제공하는데, 이때 인적사항 확인을 위해 휴대폰과 주민등록증이 필요합니다. 지참하시길 바랍니다. (휴대폰의 경우 전화번호 확인을 위해 부스에서 안내된 번호로 전화를 하라고 말씀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