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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Mar 10. 2021

입사 셋째 날,흔들리며 피어나기로마음먹다.

댓글 감사합니다:)

이 글을 쓰기 직전 취업 관련 카페에서 어떤 글을 봤다. 입사 한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사람이 쓴 글이었다.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상사에게 근무 태도 등의 이유로 퇴사를 권유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댓글을 단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회사 입장에선 일머리가 빠른 사람을 선호한다. 상사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어쩔 수 없다.
무슨 소리냐? 3주밖에 안 된 신입이 뭘 할 수 있다는 거냐. 이건 회사가 경력자만큼 할 수 있는 신입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전자처럼 말한 댓글을 보며 힘을 잃었고, 후자처럼 말한 댓글을 보며 힘을 얻었다. 그래서 결론은 ±0 이 되었다. 그리고 갑자기 오랜만에 브런치 글 조회수가 올랐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3,000회가 넘은 걸 확인하고 신기해했다. 그 글은 어제 우울한 마음으로 쓴 출근 둘째 날 일기였다.


나는 낯을 많이 가린다. 이건 업무 수행 능력 말고도 나를 괴롭히는 내 단점 중 하나이다. 거기에 낯가리는 시기가 지나면 잘 노는 게 아니라 내성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매번 새로운 환경이 올 때마다 사람을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상대방이 인사를 안 받아줄까 봐 인사를 안 하는 타입이었고, 지금은 그냥 낯가려서, 타이밍을 놓쳐서, 쫓아가서 인사할 만큼 싹싹한 타입이 아니라서 입사 3일 차인 지금, 아주 조용조용한 신입사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는 스타트업이라 근속연수가 3년 이상인 사람이 없는 걸로 안다. 대부분 1년 미만이거나 전후라고 들었다. 그런데도 다들 성격이 밝은 탓인지, 즐겁게 밥을 먹으러 삼삼오오 나가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막 엄청 센티 해졌다기보다, 이렇게까지 동료를 믿고 회사를 믿고 출근하는 마음은 어떤 건가 싶어서 궁금했다. 나는 사실 지금의 회사도 어느 정도 의심하며 다닌다. 혹시 또 부조리를 발견하게 될까 봐, 그래서 믿었는데 다시 퇴사를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 생길까 봐. 


요 며칠은 퇴근길에 친한 친구들에게 푸념을 늘어놓는 것으로 시간을 때운다. 이미 나랑 몇 년씩 보고 지낸 친구들은 내 걱정에 적극 공감해주고 다 잘될 것이라고 응원해준다. 그리고 브런치 글의 댓글을 보고도 많은 힘을 얻었다. 이미 나는 이전 회사에서 수습 기간 한 달 차에 정규직 전환할 인물을 정한 것처럼 언급하는 장면을 몇 번 목격했기에 마음이 상당히 조급하다. 이래서 다들 첫 직장이 중요하다고 하는 걸까. 역량이 안되는데 따라잡으려는 건 욕심인 걸 알면서도, 오늘 업무일지에 다른 사람들만큼 하지 못하겠으니 제품 공부를 더 하겠다고 올렸다.


내 성격상 소나무 같은 성장을 하긴 힘들다. 그래서 친구의 조언을 벗 삼아 흔들리며 피어나기로 했다. 여기서도 걱정이라면 흔들리다가 내가 스스로 꺾이든 회사가 나를 꺾든 하는 건데, 거기까지 생각하면 오늘 잠은 다 잔 거 같아서 그만할 생각이다. 


내일은 꼭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제품 공부를 하고 가야지. 오늘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출근 3일 만에 지각을 하나 싶어 덜컥 겁부터 났는데, 요새 몸살 나고 머리 아프고 하더니 월경까지 터지고(월경통 심한 편) 이래서 기분이 우울한가 싶기도 하고. 이번 주에 숙면을 한 기억이 없다. 무사히 수습을 끝내는 건 둘째 치고, 그전에 출근길에 내가 쓰러질까 봐 걱정이다. (엊그제 집으로 오다가 구역질이 올라와서 힘들었다)


내일도, 모레도, 그렇게 이번 주를 어떻게 마무리 지어봐야지. 그리고 다시 내게 주어진 길을 가야겠다. 아직 25살이라며, 내가 어디까지 갈지 나도 한 번 보고 싶다. 두 번째 회사는 나와 잘 맞을 것인가. 나는 얼마나 흔들리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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