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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Mar 28. 2021

25살, 콘텐츠마케터란 명함이 생겼다

난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데...?

콘텐츠 마케터로 입사한 지 3주가 지나고 있다. 이제 내일이면 4주 차, 한 달 차에 접어든다.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에 놀라면서도, 아직 수습기간이니까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자는 자기반성과 함께하는 나날이다. 


3주 차에는 명함이 나왔다. 


대학생 때부터 몇몇 대외활동을 하며 내 이름 세 글자가 박힌 명함을 받은 경험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직장에서 명함을 받은 적은 없었다. 첫 번째 직장은 수습기간이 끝나야 명함을 만들어준다는 뉘앙스였고, 지금 회사는 어느 날 인적사항을 확인하더니, 어느 날 디자인이 나왔고, 지난주 어느 날 실물 명함이 나왔다. 생각보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좋았다. 어쨌거나 회사에 소속된 느낌을 더 강하게 받게 되었으니까.


아직 명함을 어디다 쓸 일이 없지만(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수 있지만), 그래도 명함 케이스에 가득 담긴 내 직책과 이름을 보는 건 꽤나 즐거운 일이다. 무겁네 어깨를 짓누르는 '콘텐츠 마케터'란 직책도 볼 때마다 새로웠다. 여전히 같은 생각이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콘텐츠든, 사회생활이든, 내가 가장 두려워하던 요소들이 있는 세상에서.



놀랍게도 아직까지 사수분들께 혼난 적이 없다. 


사수님들은 늘 피드백을 주실 때 '~한 게 좋을 것 같은데, 이건 제 생각이니 그믐님이 판단하시기에~'라는 문장으로 말씀하신다. 선택권을 나한테 주시고 결국 수정하는 것도 내가 결정하게끔 하신다. 그게 좋으면서도 솔직히 부담은 된다. 결국엔 내 선택에 내가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니까. 분명 내 의견의 설득력이 떨어졌고, 그래서 사수님을 설득시키지 못한 것 같은데 일단 해보라고 하신다. 그래서 마음이 무거울 때가 있다. 좋게 생각하면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겠어~'겠지만 나쁘게 생각하면 '봐봐, 결과가 안 좋잖아.'가 될 수 있는 양면성이 내게 버겁기도 하다. 


한 번은 점심식사 자리에서 회사 다니는 게 어떻냐는 물음에 '대학교 다니는 기분으로 다녀요.'라고 답한 적이 있다. 이건 사실이다. 스타트업이다 보니 나이 차이도 많이 나지 않고, 다들 잘 가르쳐주셔서 꼰대가 없다. 그래서 학과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가 생각나기도 한다. 아무것도 모르던 새내기들을 이끌어주던 고학번 선배들이 떠오른다. 그만큼 멋있다고도 느끼고. 언젠가 나도 회사 선배님들처럼 'N년차'란 말이 앞에 붙는 사회인이 될 수 있을까?



콘텐츠는 여전히 어렵다.


회사에 앉아있다 보면 내가 기획안을 짜는 건지 기획안이 나를 짜는 건지 모를 정도다. 광고를 만든다는 게 이렇게 빠른 시간에 좋은 문구를 필요로 하는 일이라는 걸 짐작은 했지만 직접 경험하니 조급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심지어 체감하기에 입사 동기들이 나보다 작업량이 훨씬 많다. 사수분들이 배려해주신 건지, 나누다 보니 이렇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왠지 동기들에게도 사수분들에게도 미안한 3주 차였다.


전공이 글쓰기고, 이때까지 긴 호흡으로 글 쓰는 건 많이 해왔으니까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입사 전의 정그믐은 이제 없다. '그래도 이번 건 한 번에 통과돼야 할 텐데...'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획안을 업로드하는 신입사원 정그믐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견딜 수 있을까. 내가, 나를.



ps. 매번 출근 때마다 입을 옷이 없어 옷만 주야장천 사는데, 홧김에 트렌치코트를 오늘 주문해버렸다. 기껏 사놓고 보니 이제 날씨가 더워진단다. 한 번은 입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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