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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Apr 18. 2021

입사 41일 차,나는 남들보다 절박하지 않나?

이번 주가 지나면 전 직장 근무기록을 깬다

2주 만에 브런치 글을 쓴다


정말 무탈하게 입사 한 달을 넘어 한 달 반 정도의 기점을 맞이하게 됐다. 그동안 사수들과는 여전히 친해지지 못했고, 다른 팀 직원분들과도 마찬가지로 친해지지 못했다. 아마 수습 내내 이럴 것 같아 그냥 대인관계에 대해선 어느 정도 포기하기로 했다. (이미 입사 때부터 도른자 콘셉트로 들어간 탓에 정상적인 성격으로 보이게 되돌리기도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하하하)



이번 주가 지나면 전 직장 근무기록을 깬다


이 글을 쓰려고 디데이 어플을 확인하다 알게 된 사실이었다. 내가 전 직장은 45일? 만에 퇴사했더라. 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이라 서둘러 퇴사했던 걸까. 지금 회사를 만나기 위함이었나. 사실 이전 직장을 퇴사하면서 내 '끈기'에 대한 의심을 시작했었다. 그래도 나름 버티는 삶에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회사생활은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막장 회사들처럼 맞고, 폭언을 듣고, 엄청나게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던 것도 아닌데도 체감상 그랬다. 아, 상사가 쓰레기통을 비워달라고 말해서 좀 서러웠던 적은 있었지만 아무튼. 불쑥불쑥 학교 친구들이 보고 싶었고, 현타가 왔고, 사수들이 담배 피우러 나갔을 때 나에 대한 어떤 평가를 내릴까 봐 너무 무서웠다. 지금도 신경이 쓰인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면서도.


최근 친언니와 대화하다가 친언니가 그런 말을 한 적 있다.


"네가 이렇게 불안해하는 걸 보니 다시 병원에 가 보는 게 맞을 것 같기도 하다."라고.


나도 그런 생각을 요 근래 자주 하게 됐다. 어쩌면 회사가 기폭제가 되어 내 불안장애를 다시 터뜨린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동안 너무 괜찮았다가 회사만 다니면 마음이 안 좋아졌다. 어느 정도로 안 좋냐면 푹 쉬어야 하는 주말에 오히려 월요일 출근 걱정으로 잠을 설치게 될 정도로. 난 결국에 잘리게 될 거란 이상한 믿음(?)으로 불안해하는 날들이 늘었다. 조금 더 상태가 안 좋아진다면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기 전에 병원에 가야 하니까.



나는 남들보다 절박하지 않은 걸까?


후배가 내게 말했다.


"언니가 직장인인 게 너무 멋있다."라고.


나는 사실 90년 대생들의 사회생활 유형 중 인복이 많고 운이 좋은 케이스다. 졸업할 때까지 취업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해본 적 없었고, 그래서 제대로 준비해본 적도 없었다. 내겐 그 흔한 어학점수도 없었고, 자격증도 없고, 하다못해 활발한 성격도 없었다. 그런데도 나를 불러주고 면접을 보게 해 주고, 뽑아주는 곳들이 생겼다. 그리고 아직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난 인복이 많고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에 도달할 때마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도 들지만, 그래서 더 나약해지는 면도 있다. 난 이 정도 능력이 안되는데 어차피 실패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점점 늘어났다.


그리고 최근 나의 불안함은, 이런 불안정한 내 상태를 도른자 콘셉트로도 가리지 못해 회사 사람들에게 들킬 것 같은 걱정에서 나오고 있다.


마케터


실적으로 승부하고 실적으로 평가받는 직업이란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경쟁을 싫어해 취직을 꺼렸던 내가 하필이면 이 직업에 연이 닿았다. 연이 닿았다는 건 그만한 인연이니까 가능했던 거겠지 싶다가도 내가 이 직업을 내 직업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버틸 수 있을까? 포기할 것 같아.
버텨야 해. 날 믿어주는 몇몇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내 안의 두 자아가 늘 논쟁을 벌인다. 이렇게 취업이 힘든 사회에서도 나는 이렇게 복에 겨운 소리를 한다. 철이 더 들어야 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글은 좀 더 밝은 걸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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