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출근할 때 뭐 입지?
첫 근무 시간은 한 달에서 3일을 빼고 다 채웠기 때문에 첫 월급도 그에 상응하게 받았다. 그런데 지금 남아있는 돈은? 0이다. 왜 이렇게 돈을 헤프게 다 써버렸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다.
1. 화장실에서 휴대폰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액정이 다 나가버렸다.
학생일 때부터 쓰던 폰이라 보급형이어서 첫 월급을 받으면 신형으로 바꿀 계획이었다. 그런데 월급을 받기도 전에 이런 불상사가 생겼고(...) 결국 가족 구성원의 돈을 꿔 신형으로 바꿨다. 회사에 다니면서 계속 보급형을 쓰기엔 데이터도 그렇고, 용량도 그렇고, 속도도 그렇고 이래저래 불편할 것이란 자기 합리화를 하며 말이다.
2. 방을 재계약했다.
다른 글에서 밝혔듯이 나는 주택청약으로 방을 구한 케이스다. 그 집의 계약 만료가 딱 3월 즈음이었고, 나는 3월에 재취업했고, 그래서 재계약을 더 이상 학생 신분으로 할 수 없고, 사회초년생 신분으로 해야 했다. 그 결과, 사회에 나가 경제활동을 시작한다는 이유 때문인지 보증금이 100만 원~200만 원 사이의 금액으로 증액되었고, 그 값을 또다시 가족 구성원의 도움을 받아 메웠다.
3. 그래서 가족 구성원에게 진 빚이 첫 월급보다 더 큰 금액이었다.
그래도 가족 구성원 찬스로 무이자 6개월 할부를 받기로 했다. 물론, 갚는 금액도 내 주머니 사정에 따라 내가 임의로 정하기로 했다. 너무 좋은 조건의 대출이었다.
바로 '옷'이었다. 아니, 대체 왜 옷장에 가득 찬 게 옷인데 입을만한 옷은 없는 건가?! 겨울에는 어차피 패딩을 두르고 다니니 같은 바지에 니트만 색깔 바꿔서 입으면 된다고 쳐도, 봄/가을에 입을만한 옷은 사 도사도 끝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돈 없고 빚만 진 사회초년생이면서도 엊그제 또다시 옷값에 10만 원을 질렀다. 물론 우리 회사는 복장이 100% 자율이라 모자 쓰고, 트레이닝복 입고 와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근데 그냥 난 내가 신경 쓰인다... 뭔가 옷을 예쁘게 입어야만 출근할 힘이 더 나고, 신난달까? 나는 일단 그렇다. 그래서 다들 왜 그렇게 신경 쓰고 가냐고 하지만 나는 뜻을 굽힐 수가 없다.
이쁘게 입어야 기분이 좋거든요ㅎㅎ
옷을 사는 이유는 다 '출근' 하나로 귀결되지만 그 각각의 이유를 대라면 또 댈 수 있다. 간절기라 가볍게 걸칠 셔츠를 샀는데, 저번엔 흰 셔츠를 샀으니까 이번엔 노란 셔츠를 산다던지, 최근엔 사촌언니 카드 찬스를 통해 내 돈 주고 사라면 구매하지 못했을 형광 초록 셔츠도 사봤다. 아마 이번 달 말에는 착용 도전해볼 것 같다. 치마도 마찬가지다. 요새는 짧은 치마보다 롱스커트에 꽂혀서 롱 셔츠 원피스, 롱 플레어스커트, 롱 절개 스커트, 그리고 색깔은 아이보리, 레몬, 블랙, 인디핑크 등등 다양하게 깔 별로 구매. 문제는 이렇게 막 사둬도 막상 아침마다 고민하게 된다는 거지만 중독된 것처럼 후보군만 마구 늘리고 있다.
※ 내일을 위한 후보군으로 한 달 동안 마구 구매한 것들
셔츠: 노랑, 인디핑크, 형광 초록
치마: 베이지 셔츠 원피스, 절개라인 블랙/레몬 스커트, 아이보리 플레어스커트
겉옷: 트렌치코트, 라이더 재킷, 연베이지 재킷
카디건: 남색, 오버핏 회색, 아이보리
상의: 니트 3개, 베스트 1개
ect: 그 밖의 부가적인 착장
입사 이후 옷값만 진짜 50만 원 이상 든 것 같은데, 문제는 봄옷 값만 50만 원 들었다는 거다. 이제 곧 있음 초여름이고 난 또 반팔과 여름 바지를 산다고 50만 원을 쓸 것이다. 이게 4계절 반복되겠지. 그리고 내년 봄이 되면 유행이 지났단 이유로, 사이즈가 안 맞는단 이유로, 옷이 해졌단 이유로 다시 50만 원 +a를 옷값으로 지불할 예정이다. 이상하게 나는 입이 짧아서 食(식)보다 衣(의)에 돈을 더 많이 쓴다. 자기만족을 여기서 찾는 것 같다. 요새는 근무하는 회사의 판매 제품 때문인지 화장품에도 관심이 서서히 생기고 있는데, 그럼 정말 내 통장 잔고는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서 걱정이긴 하다.
그래서 결론은, 내일은 또 뭘 입어야 하냐는 거다. 날씨도 오락가락하고 일교차도 심해서 출퇴근할 때는 추운데 회사에 있는 동안은 덥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둔 옷차림은 슬랙스에 셔츠, 그리고 카디건을 걸치는 건데 셔츠 안에 무슨 티를 받쳐 입을지 고민이 된다. 역시, 옷이 많아도 이 고민은 사라지지 않는구나... 원래도 옷 입는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이긴 했지만, 이렇게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며 내 힘으로 번 돈이다 보니 꾸미는 데에 더 많은 지출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몇십만 원은 빼서 저축하려고 하지만, 아직 수습이라 잘 끝까지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내일은 뭐 입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