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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Aug 30. 2020

나는 악수의 의미로 웃는다

웃는 얼굴 인사법

첫인상의 추억


나는 종종 지인들에게 반전의 인물로 언급되곤 했다. 


사실 첫인상은 차가워 보였는데, 알고 보니 아니어서 놀랐어.
무표정일 때 좀 무서웠어ㅠㅠ


학창 시절 첫인상은 무뚝뚝하고 냉정해 보이나 알고 보니 그건 아니었다는 이야기들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그런 말을 들은 날이면 집으로 돌아와 거울이나 내 셀카를 한참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친구들이 보기에 내 얼굴은 그만큼 낯선 걸까? 와 같은 고민은 사춘기 소녀에게 나름 심각하고 중대했다. 질풍노도에 들어서면서 이 고민은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되어갔다. 첫인상에 대한 오해가 쌓여가면서 나는 내 얼굴에 자신감을 잃어갔다. 한때는 나름의 자부심이었던 쌍꺼풀 있고 큰 눈은 노려보는 것 같다는 말 앞에 더 이상 장점이 되지 못했다. 넓은 콧볼과 잘 올라가는 광대는 이런 눈을 부각하는 존재로밖에 보이지 않았고, 토끼 같다는 치아배열은 공룡의 그것과 같다고 여기게 되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외모 비하의 반응으로 맞이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 나에 대한 처음의 인상을 말하기 전, 사람들이 덧붙이는 말은 외적인 부분 말고도 또 있다.


말수가 적길래 기분이 안 좋아 보였어.
가만히 앉아있길래 지금 분위기가 싫은 줄 알았어.


바로 내적인 부분, 즉 나의 성격에 관한 추측이다. 본래 내성적이고 낯가림이 심한 탓에 내게 있어 3월 새 학기란 공포 그 자체였다. 누군가 말을 먼저 걸어주지 않으면 3월 내내 새로운 친구를 사귀지 못했고,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은 날엔 수업시간을 제외하곤 학교가 파할 때까지 책만 읽었다. 그러니 반 친구들 눈엔 '책만 읽는 눈 큰 아이'가 되기 쉬웠다. 내 외적 특징과 내적 특징은 시간이 지나도 날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실제 모습과 다른 첫인상을 심어주었고, 이런 일화가 쌓이자 사람들을 새로 사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 되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니까


성인이 되고도 몇 년이 더 지나서야 나는 내 외적 모습이든 내적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의 첫인상이 그리 좋지 않다는 건, 딱히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지인들에게는 내 내면보다 외면이 먼저 보이기 마련이고, 나 역시 누군가를 외적으로 먼저 판단하고 예상치 못한 성격에 반전을 느끼기도 했으니 말이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 다짐을 하게 되었다. 바로 '반전'이라는 말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무표정일 땐 한없이 차가워 보여도 웃을 때 그 누구보다 환히 웃어 보이겠다고. 그래서 그냥 '반전'이 아니라 '반전 매력'의 소유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외적인 부분을 극명하게 바꾸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로 내적인 부분을 극적으로 바꾸지 않더라도, 나의 있는 그대로를 조금 더 투명하게 보여주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어렸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언젠가 SNS 글 중 나의 생각과 같은 맥락의 글을 본 적이 있다.



내가 사랑받기를 원한다면, 누구보다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해야 한다.




나를 먼저 사랑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웃음'이었다. 

나의 웃는 얼굴이 안정감을 주기를


나는 악수의 의미로 웃는다


나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건 나 자신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새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누구보다 환히 웃으려 노력한다. 자신을 해치지 않고 변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웃는 얼굴'을 선택했다. 대화를 할 때면 상대방의 말에 집중하고, 먼저 손뼉 치고 먼저 웃으려고 노력했다. 나의 비언어적/반언어적 표현이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닿기를 희망하면서 말이다. 입꼬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사람과 사람의 의사소통에는 말이 꼭 필수적이진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의 웃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준다는 건 언제나 좋은 일이라는 걸 직접 느끼게 된 것이다.


당신의 말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어요.
당신과 더 친밀한 사이가 되고 싶어요.


악수의 의미를 알고 있는가. 나의 손에 무기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상대방을 안심시키기 위한 인사 방법이라고 한다. 현대에 와서는 일반적인 인사 방식이 되었지만, 나는 그 의미를 바탕으로 내 웃음을 악수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앞으로 나를 처음 볼 사람들이 내 웃음을 '무기가 없다'라는 의미가 아닌 '벽이 없다'라는 의미로 느끼길 바란다. 나 역시 내숭에 그치지 않는, 변덕 없는 나의 모습을 웃는 얼굴로 자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글을 읽어줄 많은 초면의 독자들에게도 멀리서 웃는 얼굴의 인사를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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