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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Aug 31. 2020

#9 암을 처음 만나는 가족들에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연습하기

암은 굉장히 포괄적인 이름 같다


'암에 걸렸다'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솔직히 '어떡해...'라는 반응을 가장 많이 듣고 본 것 같다. 아마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암환자'의 이미지가 이런 반응이 주를 이루는 데 영향을 미친 듯싶다. 그러나 암은 생각보다 그 종류와 증상, 진행 상황, 치료방법이 다양해 나와 같은 일반인들 선에서는 그것들을 일일이 다 구분할 수 없다. 우리 가족만 해도 자궁암, 췌장암, 대장암의 병력이 있는데 심지어 한 사람에게 한 가지 암만 나타나리라는 법은 없기에 일단 의사 선생님 말을 잘 듣고 따라야 한다. 암은 기수를 따지게 되는데 진행상황에 따라 초기, 1기, 2기, 3기, 4기, 말기 등으로 불린다. 내가 본 영화나 드라마들은 다들 4기~말기의 암환자들이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암에 걸리면 무조건 극단적인 결과만을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 않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또한 가족력에 대해서는 확실한 연구결과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가족 중 암환자가 있다고 하면 예의 주시하는 경향은 생기는 것 같다. 그만큼 암은 왜 걸리는지, 어떻게 했을 때 특정 암이 걸리는지 100% 확신할 수 없는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규모가 큰 암 전문병원에 갔을 때 그 건물들을 다 채우는 환자들을 보고 우리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많구나 싶어 안심이 되면서도 이렇게 세상에 암 환자가 많나 싶어 우울하기도 했다. 그래서 여전히 모르겠다, 암이라는 존재는.


자궁암, 췌장암, 대장암


우리 가족이 겪은 암은 자궁암, 췌장암, 대장암의 순이었다. 앞서 말했듯 어떤 암이냐에 따라 수술방법과 치료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절대 인터넷을 통한 정보를 맹신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아플수록 병원의 치료방법과 의사의 말을 잘 듣고 잘 따라야 한다. 


- 자궁암 

(※지금보다 10여 년 전의 일이라 기간과 내용에 차이 및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주관적인 경험으로 봐주세요.)

엄마가 겪은 자궁암의 경우 이미 발견했을 때 종양의 크기가 이미 20cm를 넘어가고 있어 대학병원에서 자궁을 들어내는 개복수술을 받았다. 이후 6개월 정도 항암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2주에 한번 혹은 한 달에 한 번 주기로 항암 주사를 맞는 식으로 진행) 그렇게 추적관찰을 하며 암의 재발이 일어났는지 주시하고, 수술과 항암치료가 종료된 이후부터는 6개월, 1년 단위로 정기 검진을 받는 것 외 다른 치료를 받진 않았다. (항암치료가 끝난 후 바로 재발이 일어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렇게 진행된 것으로 기억한다.) 


https://ko.dict.naver.com/ko/entry/koko/434b66c5e125443e8137c5aee9849272


아무래도 개복수술 및 항암치료를 모두 견디다 보니 엄마의 체력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고, 정신력 역시 많이 흐트러지곤 했다. 개복수술은 복강경 수술에 비해 수술 부위가 크기 때문에 아무는 속도 역시 더디다. 따라서 개인별 통증에 따른 고통의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항암치료 역시 개인차가 큰 치료법 중 하나인지라 우선 내가 본 엄마의 부작용을 말하자면, 구역질을 많이 하고, 음식을 먹어도 쓴 맛이 난다고 하며, 머리카락, 눈썹 등 몸의 털이 점점 빠지고, 온몸 통증에 시달린다. 그리고 때에 따라 평상시의 감정 기복 정도가 아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듯한 격한 감정표현을 할 수 있으니 서로 상처를 주거나 받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좋다. 


- 췌장암

췌장암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듯이 '예후가 가장 좋지 않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엄마도 재발된 암이 췌장암이었고, 이미 암에 걸려 힘든 치료시기를 보낸 뒤였기에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버티기 힘들어했다. 췌장암이 첫 암이 아닌 재발된 암이기 때문에 췌장암에 대해서만 경험한 바를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다만 췌장암이 진행되고 다른 곳 전이까지 확인된 상황이 되자 엄마의 피부색은 황갈색처럼 점점 탁하고 어두워졌다. 또한 팔과 다리가 퉁퉁 부어 계속 마사지를 해도 부기가 빠지지 않았고, 피부 탄력이 없어져 손가락으로 꾹 눌렀을 때 원래대로 돌아오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시한부 판정을 받을 때쯤에 엄마는 장이 스스로 활동을 하지 못해 '장루'를 달고 생활했다. (항암치료, 장루 등 생소한 용어와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면 관련 글을 써 볼 예정이다.)


https://ko.dict.naver.com/ko/entry/koko/6517e27025bd4484b23f8eb17c33d13a


- 대장암

대장암은 여성보다 남성의 비율이 더 높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암이 성별에 따라 나뉠 수도 있나 싶다가도 아빠가 대장암에 걸린 것을 보고 수긍하게 되었다.) 그리고 암보험 광고를 유심히 봤다면 4대 암, 5대 암 등으로 표현되는 암 중 하나로 본다. 그만큼 발생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대장은 일정 부분 잘라내도 장루를 달거나 하는 일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그래서 아빠의 경우 장의 절반을 복강경 수술로 절제했다. 엄마의 개복수술을 먼저 경험했기 때문에 아빠 역시 일상생활로 완전히 돌아오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생각했으나 일주일 정도만에 걸어서 잘 퇴원할 수 있었다. 확실히 복강경 수술이 개복수술과 달리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눈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아빠 역시 6개월 정도로 잡고 2주에 한 번씩 항암치료를 받으신다. 대신 아빠가 받은 대장암 항암치료는 하루 만에 끝나는 것이 아닌 총 2~3일이 걸리는 과정의 반복이다. 몸에 관을 삽입하고 관으로 항암제 통을 달고 생활하는데 이 통에 든 항암제가 몸으로 다 들어가기까지 48시간에서 길면 3일 가까이 걸린다. 


https://ko.dict.naver.com/ko/entry/koko/d1eb28c6980943b5bd737e4b6dd83f45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연습하기


수술, 치료, 추적관찰 등 완치 판정까지의 모든 과정이 힘에 부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병실에서 들리는 민간요법과 그 민간요법에 혹하는 나의 암환자 가족을 말리는 일이었다. 특히 말기암의 경우 더 이상 항암치료를 시행하지 않고 통증 완화를 위해 마약류의 진통제만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에 가족들은 호스피스 병동을 알아보던가 시 외곽의 조용한 곳으로 집을 구해 마지막을 준비하던가 하게 되는데 우리 가족은 미처 그러지 못하고 대학병원 6인실에서 마지막을 준비했다. 그래서인지 주변 보호자들이 별의별 말을 하는 걸 필터링 없이 모조리 들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죽음' 앞에서 이런 별의별 말은 생각보다 파급력이 컸고, 우리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암환자와 그 가족들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연습하라고 꼭 전하고 싶다. 설령 마지막을 앞에 둔 상황이라고 해도 개인의 의견에 따라, 가족들의 약속에 따라 흔들림 없이 준비하고 맞이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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