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의 부작용은 항암치료 도중 나타날 수도 있다
의사가 빠른 속도로 말하는 약의 이름은 사실 알아듣기 힘들다. 그저 끄덕이고, 잘 부탁드립니다, 하는 예의만 차릴 뿐이다. 우리 가족의 사례와 다큐, 주변에서 들리는 말을 합하면 항암치료는 완치까지 5년여의 지난한 과정 중 가장 고통스러운 과정임이 틀림없다. 항암을 시작한 사람 중 부작용 없이 지나가는 경우는 없으며, 부작용은 단순히 그냥 좀 아픈 정도를 훨씬 뛰어넘어 일상생활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넷에는 암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정보 공유 카페나 모임이 존재한다. 암환자가 그렇게 많음에도 사실상 의사처럼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제대로 된 정보나 대처방안을 쉽게 알아내긴 힘들기 때문이다. 아마 환자를 따라 보호자의 입장으로 병원을 방문해 본 적 있는 사람들은 알 거다. 병원 내부가 얼마나 번잡하고 잠시 한 눈 팔았다간 여러 진료과목에 예약된 일정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여전히 생각한다. 공부를 아주 많이 잘해서 의대를 갈 걸 그랬다...라는 좀 막연한 후회를. 그랬다면 약 이름을 보면 대충 어떤 약인지,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아는 보호자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항암치료에서 나타는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을 구토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항암 부작용을 꼽으라고 할 때, 구토, 발열,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을 말할 수 있는데 우리 가족들은 구토와 그로 인한 식욕부진, 체중감소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엄마는 매 항암치료 때마다 이 모든 부작용 때문에 힘겨워 한 편이었으나 아빠는 12회로 정해진 항암치료 중 머리가 빠지고 입맛이 없어지는 등의 부작용은 있었으나 구토 부작용은 없이 잘 견뎌왔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오늘 구토 부작용이 나타났다.
아빠의 항암치료는 6개월 동안 2주에 한 번씩, 총 12회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오늘은 막바지인 10회 차 항암치료였다. 앞서 말했듯 항암치료는 수많은 부작용을 동반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약을 처방해주기도 한다. 아빠가 처방받는 약은 구토 방지제였다. 문제는 아빠가 지금껏 괜찮아서 구토 방지제를 먹지 않았다는 점이다. 몸에 항암약 성분이 계속 쌓였기 때문인지 오늘 아빠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인지 항암 주사를 예정된 시간보다 길게 맞았다고 한다. 다행히도 언니가 보호자로 같이 간 날이었기 때문에 언니가 안부를 살피러 가자 항암제를 맞던 도중 구토 증세가 있어 잠시 쉬었다가 맞는다고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중이라고 했다. 12회 차 항암치료가 추석 연휴가 겹쳐 한 주 미뤘는데, 이대로면 11주 차도 미뤄야 되지 않느냔 내 물음에 언니가 지금은 아빠가 괜찮다며 피검사 수치가 정상이라면 11주 차도 그대로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원래 아빠는 항암 주사를 맞으면서 구토 방지제도 같이 맞고, 먹는 구토 방지제도 함께 처방받는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먹는 구토 방지제는 없어도 될 정도로 잘 버텨왔지만, 항암제가 몸에 많이 쌓인 10회 차에서 결국 터져버린 것이다.
오늘의 일로 새삼 아빠가 정신력이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고 느꼈다. 항암치료 부작용은 온몸으로 받아내도 견디기 힘들다고 하는데 아빠는 아프다는 내색 없이 오늘부로 10번의 주사를 다 맞았다. 자랑스럽다가도 언니와 내가 눈에 밟혀 아프다는 소리도 제대로 못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미운 일은 미운 일대로 생각나고 그래서 마음이 솔직히 복잡하다. '구토를 했다'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짜장면 곱빼기를 시켜달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안심을 하게 됐다. 역시 가족만큼 가깝고도 먼 존재는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은 하루였다. 그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구토 없이)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