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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Sep 19. 2020

내 인생은 다시 처음이다

2n년 경력직 신입

내가 남을 탓할 자격이 없는 이유

살다가 내가 과거 저지른 실수를 누군가가 똑같이 해서 질타를 받는 장면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그 순간을 보고 있자면 괜히 내 얼굴까지 화끈거렸고, 그날의 잘못한 기억이 떠올라 잠을 설치는 경우도 있었다. 혼나던 사람도 실은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정말 '잘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도 부려보았다. 나와 다른 사람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자꾸만 그 혼나는 사람에게 나를 대입시키는 바람에 그렇게라도 합리화시키고 싶었다. 다음으로 드는 생각은 질타를 '하는' 사람에 대한 것이었다. 왜 그는 그 사람 탓을 하고 있었을까. 상대방을 몰아세울 수 있을 만큼 지금까지의 삶을 순탄하고도 아무 허물없이 살아왔단 건가. 정말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면 내 삶은 이미 많이 얼룩졌으니 바람직하지 못한 삶일지 모른단 자책까지 드는 날이 있었다. 이런 일은 오프라인으로만 겪는 게 아니었다. 최근에는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달지 못하게 만든 경우도 있지만, 예전의 몇몇 기사들에 달린 말도 안 되는 댓글들을 볼 때면 같은 생각을 반복했다. 


이 사람들은 인생에 잘못하나 없이 살아온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지난 과오가 몇 개 존재했고, 이미 시간이 지나가버렸기에 되돌리기 힘든 일들이 몇 가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떤 기사를 봐도 비난하는 댓글을 달거나 강한 어조로 내 의견을 피력하기 힘들었다. 나뿐만이 아니다. 이 세상에 그런 권리를 가진 사람들은 정해져 있지 않다. 아무나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함부로 그래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과거에는.


2n년 인생에 가장 후회되는 일을 꼽으라면

나쁜 일이 생기면 피해 다니고, 소문을 들으면 '아, 그렇구나' 하고 말던 성격이었다. 그러다 성인이 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성격이 변하게 되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친한 친구들과 만났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한 타깃을 꺼내 불만사항을 이야기했다. 그 과정이 친구들과 더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했고,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문제는 당장의 그 상황 때문이 아니었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나자, 뒷얘기를 듣고 흘려보내던 습관에서 뒷얘기를 직접 꺼내고, 어쩔 땐 말에 필터링을 잘 거치지 않고 누군가를 탓하는 화법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시기는 내 말실수 때문에 지인들을 잃고, 친구들이 내 성격의 단점 중 하나를 '욱하는 것'이라고 공통적으로 꼽았을 때부터였다. 과거에 내가 이해하지 못하던 '탓하는 사람'의 모습을 내가 닮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걸 인정하자 지금껏 온전하다고 느꼈던 내 가치관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잘못된 성격이 되어버렸다는 후회에 휩싸여 고민하던 끝에 단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자.


늦게 배운 게 도둑질이 아니라 바른 것이라면?


입이 무거워서 나쁠 건 없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사람을 사귀는 법부터, 대화하는 방법까지 모든 화법과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려고 했다. 매일 잠자리에 들 때면 하루 동안 섣불렀던 언행에 대해 스스로를 질타하고 후회했다. 사실 변하기로 마음먹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더 나은 내일을 살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지금도 나를 살피고 있다. 

예전에는 내 성격이 진중하고, 입이 무겁고, 퍽 어른스러운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객관화된 나는 내 생각과 다른 점이 많았다. 어떤 성격이, 어떤 모습이 딱 정답이라고 꼽을 순 없다. 그렇지만 나라는 존재는 이 세상에 단 한 명이고, 때문에 나는 나를 책임질 수 있어야 했다. 책임지는 삶을 살기 시작한 시기부터 따지자면 나는 아직 어린아이이다. 모든 사람들은 삶에 있어 다들 경력직이다. 그러나 삶을 다시 어느 방향으로 이끄느냐에 따라 신입이 될 수도 있다. 지금껏 지켜온 경력을 포기하기 힘들다가도, 더 나은 삶을 생각하면 새로운 시작을 마냥 두려워하진 않게 된다.


그래서 내 인생은 오늘도 여전히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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