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품: 글 쓰는 애들은 다 내성적일 거야
글을 쓴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내 예상과 달랐다. 멋있다는 말을 듣는 경우도 많지만, 생각보다 ‘글 쓰는 사람’에 대한 선입견도 많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다음의 3가지가 있다.
1. 혼자 글 쓰는 시간이 많으니 단체생활을 못 할 거야.
2.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살아 현실감각이 없을 거야.3. 예술가는 자존심이 세서 다른 일은 안 할 거야.
3. 예술가는 자존심이 세서 다른 일은 안 할 거야.
가장 많이 듣는 선입견은 1번이었다. 나는 1번이야말로 심각한 일반화의 오류가 빚어낸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주변의 글 쓰는 지인 중 아주 소수는 ‘어떻게 저런 성격일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면을 나타내곤 한다. 그러나 이는 어떤 그룹이라도 똑같이 쓸 수 있는 말이다. 학교 선생님 중에서도 이기적인 사람은 있을 수 있고, 공장 관리자 중에서도 독단적인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요지는 꼭 ‘글 쓰는 사람이 아니’ 더라도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골방에 박혀 사람도 안 만나고 밥도 안 먹고 글만 쓸 것 같지만, 작가들끼리 공동 저자로 활동하며 교류하는 경우도 많다. 나 역시 브런치에서 공동 매거진 한 곳에 참여 중이며, 간간이 온라인으로 참여 작가님들과 티타임도 가진다. 단체생활을 못 한다는 말이 공공연한 사실이라면, ‘공동 저자’라는 말은 애초에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덧붙여 내가 나온 학교에만 국한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글쓰기를 전공으로 한다고 해서 학과가 나 혼자 글만 쓰도록 두진 않는다. 창작 수업을 수강해도 4명이 함께 시를 써내라고 한다거나, 기성 작가와 작품을 분석하기 위해 팀플하는 건 흔한 일이다. 발표도 잘하는 사람은 엄청 자연스럽고, 못하는 사람은 발표 대본을 손에 쥐고 있어도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 (후자는 바로 나다) 글을 쓰는 일은 직/간접 경험과 소통을 바탕으로 아이템을 찾아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남들과의 교류나 소통 없이 신선한 걸 만들어낸다는 건 정말 천재이거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이와 비슷한 선입견으로 ‘글 쓰는 사람들은 내향적’이라는 말도 있다. 이 또한 잘못된 게, 성격과 글쓰기는 큰 관련이 없다. 내향적이라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며 외향적이라고 한자리에 앉아 진득이 글 쓰는 걸 꺼리는 것도 아니다. 나는 내향적인 성격이라 새로운 활동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자리면, 글을 쓰기 때문에 성격이 조용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물론 글을 쓰려고 마음먹은 날에는 관찰을 주로 하게 되어, 말을 먼저 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다. 남들이 잡아내지 못하는 변화를 찾아내려고 애쓰느라 말수가 적어지긴 하나 이 세상 모든 작가가 나처럼 글을 쓰진 않는다. 글 쓰는 스타일은 사람 by 사람이기 때문에 특정 성격이 글쓰기를 더 효과적으로 도와주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성격이 있다면 나는 그 성격이 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다 그렇지만 특히 2번, 3번은 개인적으로 얼른 사라졌으면 하는 선입견이다. 글을 쓰는 행위는 어쨌거나 불규칙한 수입을 전제로 하는 일이다. 그래서 생계를 위해 N잡을 뛰는 작가들도 많으며,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작가라는 직업을 부업으로 두고 본업은 따로 하는 경우도 있다. 통장에 돈이 아슬아슬하고 다음 달 수입이 불분명하다면, 밖으로 나가 일을 찾는 게 사람의 당연한 본능이지 않을까. 나 역시 문예창작 전공 하나와 더불어 사회생활에 도움이 될까 싶어 복수전공도 이수하였다. 학교에서 무료로 열어주는 자격증 수업도 수강하고, 일러스트/포토샵 강의도 들었다. 이때 중요한 건 글쓰기를 아예 놓았냐, 놓지 않았느냐이다. 나는 다른 활동을 겸하면서도 꾸준히 시와 소설을 썼고, 공모전과 같은 좋은 기회가 생기면 응모했다. 결과나 좋지 않으면 당연히 우울해지기는 하나, 그래도 적성에 맞다 느껴 지금까지 글쓰기를 놓지 않았다. 흔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점수에 맞춰서 사는 게 아닌 여러 보기에서 내가 원하는 걸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라고 한다. 글 쓰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래도 창작은 장기적인 활동이고, 새로운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해선 여러 가지 일을 겸업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장난식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을 글쟁이라고 소개하곤 했다. 어느 날 사전에 심심풀이로 '글쟁이'를 검색했다가 그 뜻을 알게 된 후로는 쓰지 않게 되었다. ‘글쟁이’란 글을 쓰는 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표현이라고 한다. 사전에 등재될 정도면 글 쓰는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얼마나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건지 짐작이 간다. 어쩌다가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글쟁이’라는 낮잡아 부르는 명칭이 생겼는지, 왜 선입견이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처음 보는 사람과의 대화에서 나는 대부분 해명하는 포지션이었다.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 선입견을 지우지 않고 만나게 될 것이고, 이는 서로에게 좋을 리 없다. 작은 실수를 해도 크게 돋보일 수밖에 없는 게 선입견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이상, 이후의 모든 질문과 상황에서 사람들이 나를 성급히 일반화시키지 않도록 애쓰는 게 하나의 미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