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이면 다른 데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도전자와 뺀질이 그 사이

by 정그믐

대학 내내 혹시나 내가 글이 아닌 다른 분야에 더 두각을 나타낼까, 이를 찾겠다는 명목으로 여러 대내·외 활동에 참여했었다. 대외 활동으로는 기업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나 비영리단체에서 진행하는 교육봉사 등을 했고, 대내 활동으로는 창업팀 참여와 동아리 활동을 했다. 모든 활동이 마음에 들거나 적성에 맞았던 건 아니었다. 갈등이 지나치게 많이 발생해 결국 편을 갈라 활동했던 적도 있고, 분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활동도 있다. 또한, 막상 다른 지원서를 작성할 때 딱히 쓸 이야기가 없어 괜히 했나 싶은 활동도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매 학기, 매년 새로운 활동을 찾아 떠났다. 학교 안에서 수업만 듣다가는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없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게 학업 외의 활동은 모두 진로 선택을 위한 도전이자 뒤돌아봤을 때 꽤 뿌듯한 발자국들이었다. 교육봉사에서 밤새 준비해 간 PPT에 중학생 아이들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할 때도 이 생각은 변함없었다. 분명 대학교 3학년 때까지는 이 생각이 온전했다.


취업 준비는요?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현재까지 3년째 몸담은 곳도 있을 만큼 나름 다양한 대인관계와 활동을 경험해왔다고 느꼈다. 그래서 4학년이 될 때쯤, 이제 웬만한 면접에서 ‘멘붕’이 오진 않을 거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4학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회사에 들어가기 위한 취업 준비를 하지만 난 그때에도 남들과는 다른 생각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기에,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위한 준비를 했다. ‘취업은 졸업 후에 다시 생각해보고 지금은 마음 가는 대로 살자!’라는 생각으로 지냈다. 그러다 다른 대학의 소셜벤처 팀에서 팀원을 구한다는 공지를 보게 되었고, 바로 지원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다행히 따로 서류심사 과정이 없어 며칠 뒤 일정을 잡아 바로 면접을 보러 갔고, 그곳에서 지금까지 잊지 못할 말을 듣게 되었다.


“지금 4학년이시라고요?”

“네.”

“그런데 4학년이시면... 여기가 아니라 다른 회사 알아보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졸업 얼마 안 남으셨으면 취업… 준비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사실 내 도전이나 활동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이렇다 할 반대를 적극적으로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면접관이자, 그 팀의 팀장이자, 나보다 나이는 많지만,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신 분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4학년이 왜 제대로 자리 잡은 회사에 사원으로 들어갈 생각은 안 하지?’라는 생각이 내포된 질문이라는 걸 알기에 마땅히 대답할 거리를 찾기 힘들었다. 어떤 말을 먼저 꺼내든 상대방의 눈에는 미래에 대한 생각이 없는 졸업반 학생으로 보일 것 같았다.


“어차피 복수전공을 해서 초과 학기도 다녀야 하고요. 1, 2년 정도는 제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찾는 데에 써도 괜찮지 않을까요?”


썩 내키지 않는 대답이었지만, 면접관의 “아, 그렇죠. 그것도 좋죠.”라는 식의 무마로 이 질문은 넘어갔다. 그 뒤로 내게 어떤 질문이 왔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면접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은 긴장이 풀리면서 나른한 마음이었을 테지만, 그날은 꽤 불편한 마음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내가 불편함을 느낀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어차피 4학년이 되고, 졸업 시즌이 되면 충분히 들을 질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난 왜 그렇게 당황했을까. 우선 그 면접관이 나의 진로계획에까지 질문을 던질 자격이 있었느냐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내가 지원한 분야와는 전혀 상관없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기분을 가장 안 좋게 만든 건 같은 말이라도 다르게 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냥 활동 예정 기간이 어떻게 되느냐, 만약 졸업을 앞당겨서 한다면 활동 계획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질문으로 충분히 순화할 수 있지 않았나 싶은 아쉬움이 들었다. 청년 세대에게 도전 정신을 강조하면서도 대학교 4학년만 되면 얼른 좋은 자리 찾아라, 누구네는 어디 갔다더라 하는 둥, 걱정이라는 포장으로 내뱉는 말은 듣는 처지에서 즐겁지 않다. 100세 시대라면서 적성을 찾기 위한 과정은 시간 아깝고 얼른 그럴싸한 결과를 도출해내라는 세태가 수많은 창업지원센터와 비교하면 모순적으로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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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난 발자국들이 부정당하는 느낌은 솔직히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취업과 프리랜서 사이에서 고민할 때마다 이날의 기억이 떠오른 까닭이다.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첫 단추인 창업팀의 면접에서도 이와 같은 말을 듣는다는 건, 아마 앞으로 글 쓰는 프리랜서의 길을 계속 갈 경우 이보다 더한 말도 듣게 될 거란 뜻일지 모른다. 내 걱정은 단순히 이와 같은 상황에 자주 부딪히는 것보다, 이제 어떤 말을 듣게 될지 두려워 새로운 활동에 도전하기를 꺼리는 마음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어떤 일이든 안 힘든 일 없고, 편한 일만 찾는 건 뺀질이에 불과하다지만 이렇게 말 한마디 때문에 무너지는 날이면, 쉬운 길을 찾고 싶고, 내가 무얼 잘못한 건 아닌지 고민이 깊어지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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