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예술가

매너 예술가의 기준

by 정그믐

수업을 듣다 보면 여러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교수님이든, 학생이든 수업 시간에 한 어떤 언행으로 논란이 생기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적극적인 사람들은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그래서 간혹 언쟁도 일어난다. 그때마다 결론은 무엇이었으며, 나는 왜 방관하고만 있었을까.


성인이 되면 합리적인 결정만 내리는 그런 어른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글을 써도 성인이 된 후 쓰는 글은 더 무게감 있고, 남들이 보기에 배울 점 많을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 기대감은 성인이 된 첫해부터 부서졌다. 글을 학우들과 교수님께 평가받는 합평 수업에선 피드백이 아닌 날 선 공격과 방어가 오갔고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을 나서는 학생들 사이에선 불평이 나왔다. 몇 차례 합평 수업을 듣고 나자 공격만 하는 사람, 방어만 하는 사람, 그냥 가만히 있는 사람 등등의 분류로 학생들이 나뉘어 보였다. 합평 수업을 들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가끔 수업 때 누가 울었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된다. 서로 성장시키는 게 아닌 기선제압용인 어투를 들을 때마다 매번 같은 생각을 했다.


이게 예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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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꼭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해당했다. 바로 나의 또 다른 직업인 작사가로 활동하는 상황에서다. 작사는 곡과 함께 어우러져야 하므로 작곡/작사를 한 명이 다하거나, 나눠서 하는데, 나는 후자였다. 알음알음 작곡가와 만나 작업을 진행할 때마다 연락 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물론 고백하자면 내 작업 속도가 느려 마감 날까지 애태운 작곡가님도 많았을 것이다) 작사 작업물을 작곡가에게 넘겨주고 나면 그때부턴 기다림의 시간이 된다. 피드백이 빠른 작곡가는 일주일 안으로 가사 채택 여부를 알려준다. 그러나 내가 작업했던 대다수의 작곡가는 연락이 한참 없다가 나의 재촉 연락에 내 가사를 쓰지 않겠다는 답을 내놓거나 연락을 한 줄 알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다. 어찌 됐건 가사가 내 손을 떠난 순간부터 나는 자주 연락을 기다리는 을의 처지가 됐다. 몇 번 경험이 쌓이고 나니 글이든 작사든 작업하다 보면 늘 좀 더 매너 있고 생산적인 루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한다. 그 기준을 내가 확립할 순 없음에도 말이다.


매너 예술가의 기준

회사에서는 일을 처리하는 단계가 있을 것이다. 직급별로 확인받고, 시행하기까지의 단계 말이다. 나처럼 정말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그런 루트가 정해져 있지 않다. 내가 작업방식을 정해놓아도 함께 작업하게 될 상대방이 어떤 타입인지에 따라 내 방식은 변해야 하고, 또 맞춰야 한다. 그래서 무리한 작업 건의를 받을 때도 최대한 맞추려고 한다. 그러다 흔히 말하는 현자타임에 이른다.


내가 맞는 것 같은데 어디까지 맞춰야 하는 거지? 싫다고 하면 나랑 작업 안 해줄 거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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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하는 게 아닌 은근히 갑질하는 사람과 작업을 할 때면 이 생각은 더 강해진다. ‘이건 이렇게 하는 게 어떨 것 같아?’가 아닌 ‘이건 이렇게 해.’라고 말하는 강압적인 사람은 내 예상보다 더 많았다. 그런데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려워 뭐라 따지기도 힘들다. 이 말은 즉, 나만 속으로 부글부글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어떨 때는 갑질과 꼰대의 조화로운 레퍼토리가 반복되곤 한다. 그때마다 나는 웃어넘길 수밖에 없다. 내 커리어를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말 좋은 예술가란 누굴 말하는 걸까. 사회의 인정을 받던 원로 예술인이 삽시간에 논란의 중심이 되고, 하루가 멀다고 터지는 예술계 비리와 파장은 예술가란 직업 앞에 ‘좋은’이란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도록 만들었다. 회사가 아닌 이상 법정 근로시간도, 법정 임금도 없는 분야인 예술 분야. 그리고 그중 문학과 작사 부문에서 활동하겠다고 말한 나. 이렇게 글로 불평하는 동안 나는 괜찮은 예술가가 되는 걸까. 계속 활동할 것이라 다짐은 하지만, 어릴 적 내가 상상하고 꿈꾸던 ‘어른스러운 예술가’는 과연 어떤 모습인 건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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