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곡이야?
내가 작사를 시작한 건 중학생 때이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아닌 내 지인 중에는 작사를 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내가 ‘작사를 한다.’라고 말하면 다음의 반응이 나온다.
아, 작곡한다고?
대답부터 하자면, 미안하지만 둘 다 아니다.
예술대학에 있을 전공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다른 예술계열 분야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모두 알고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나도 다른 전공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궁금해하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의 경우는 일단 사람들이 ‘작사’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점에서 곤란함을 마주하곤 했다. 작곡과 작사를 헷갈리는 건 무척 자주 있는 일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도 종종 보게 되는 어떤 직업분류표에 ‘작곡가’가 있는 건 많이 봤어도 ‘작사가’가 있는 건 거의 보지 못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항상 내가 하는 일의 이름을 다시 한번 묻고, 나는 풀어서 설명하는 게 대부분이다.
작곡 아니고 작사. 노래 가사 쓰고 있어.
내가 하는 일의 이름에 대한 이해가 끝나면 다음 질문으론 어김없이 곡의 인지도가 들어온다. 하는 일의 내용에 관해 물을 때면 또다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그럼 발매된 것도 있어?
우리가 알만큼 유명한 곡이야?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해봤다. 나는 대학 입시를 치를 때 서로 어느 대학교를 썼는지 묻는 것조차 매너가 아니라고 생각해 묻지 않고 수능을 준비했었다. 대학교 4학년 졸업반이 되고 졸업을 하고 나서는 누가 취업을 했다고 하면 어떤 업계인지까지는 물은 적 있으나, 어느 회사인지 이름을 묻거나 하진 않았다. 그럼 위의 두 질문 중 내가 더 선호하는 건 어느 것일까? 그렇다. 나는 전자의 업계까지만 묻는 유형을 선호한다. 후자의 질문은 ‘나 취업했어!’란 말에 ‘대기업이야?’라고 묻는 것과 같다. 같은 직종이라도 수입은 천차만별이다. 그러니 조금의 매너를 발휘하여 전자의 질문을 더 많이 해주시길.
“나 이번 달 저작권료 600원 들어왔어! 하하.”
“그럼 즉석복권보다는 많이 벌었네!”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였다. 무슨 맥락으로 나온 대화였는지는 모르나 내용은 저러했다. 대화 이전에 일행 중 누군가 즉석복권을 샀다고 말했고, 그 값은 500원이었다. 나는 즉석복권을 한 번도 사본 적이 없어서 몰랐지만 듣고 보니 내 저작권 수입이 즉석복권보다 딱 100원 더 많았다. 500원이든 600원이든 자판기에서 생수 하나 뽑아먹을 수 있는 동전에 불과했지만 난 나름 뿌듯했다. 왜냐하면 한 번도 내 저작권료가 무언가와 비교될 만큼 지급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작사한 곡이 처음으로 발매되었을 때 저작권 등록을 하며 순진하게도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고, 나는 저작권료로 1원도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다음에 들어온 저작권료는 10원, 6원, 13원, 이런 식이었다. 어릴 적 문구점에서 파는 불량과자와도 비교가 안 되는 금액. 그게 바로 내 수입이었다. 저작권 등록을 한 이후 4년째가 되자 이제는 해탈한 것처럼 금액에 연연하기보다 4년 동안 저작권료가 0원인 달은 없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물론 당장의 생계는 어렵고 저작권 지급명세서를 보면 한숨만 나오긴 한다. 지원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 같은 막막함은 월말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러나 최악을 상상하는 버릇만큼이나 답답한 것도 없는 것 같다. 다음 달의 나를 걱정하다가도, 그냥 한 번쯤은 낙천적인 척 굴어본다.
더 주면 좋겠지만 즉석복권보다 100원 더 벌게 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