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돈 못 버는 직업을 가진 나는 씁쓸하다.
한때 알려졌던 컷 만화가 있다.
첫 번째 엄마와 아이가 손을 잡고 길을 가다가 환경미화원을 봤는데 그때 엄마는 아이에게 말했다.
“너 공부 안 하면 커서 저렇게 된다.”
뒤이어 두 번째 엄마와 아이가 손을 잡고 길을 가다가 똑같은 상황을 마주했다. 그때 그 엄마는 아이에게 말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저분들도 잘 살게 만들어야 한다.”
그 당시 만화의 요지는 ‘직업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라’였던 것 같다. 그때에는 후자의 엄마가 잘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부 열심히 해서 저분들도 잘 살게 만들어야 한다.’라는 말이 마치 환경미화원이란 직업을 다른 직업들보다 상대적으로 낮다고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기에 다른 사람의 직업이 어떻든 겉으로‘는’ 말하면 안 된다는 뉘앙스의 만화는, 왠지 직업에 귀천이 있음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직업이 있다. 대학교에서 들은 인사관리 수업에서는 우리나라의 직업 개수가 약 12,000여 개, 미국은 이보다 훨씬 많은 약 30,000여 개라고 했다. 기억하기로 교수님은 직업의 개수가 더 다양해지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셨다. 사람마다 개성이 다 있는데, 고작 만 개의 직업으로는 각각의 능력치를 다 담을 수 없다는 것에 나도 동의한다. 세계는 발전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여러 직업이 파생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문제는 ‘직업’의 기준을 ‘수입’으로 잡고 있을 때 생긴다.
내가 ‘꿈’을 처음 가진 것은 초등학교 때 장래 희망을 적어오라는 선생님의 숙제를 하면서부터였다. 책 읽기를 좋아했고, 나름 지역에서는 글 좀 쓴다는 아이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내 꿈은 자연스럽게 ‘작가’가 되었다. 꿈에 관해 이야기했을 때 학교나 가족들은 큰 반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울타리 밖을 넘어가기만 하면, 현실은 너무도 추웠다. 우선 부모님을 제외한 친척들은 첫 마디가 “돈은 많이 못 벌겠네.”였다. 그리고선 글쓰기가 좋다면 국어 선생님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묻기도 했다. 대학교 진학 시기가 되어서야 알았지만, 문예창작과 국어교육, 국어국문학은 엄연히 다른 분야였다. 그러니 그때 어른들의 말은 한마디로 ‘진로를 바꾸라.’는 뜻이었다. 왜냐? 돈을 못 버니까!
나는 글도 쓰고 가사도 쓴다. 본격적으로 나름의 활동(?)을 시작한 건 성인이 되고 나서였다. 그 과정에서 내 저작권을 위해 여러 계약서를 쓰기도 했다. 내 작품은 그 자체로 수입을 창출하기보다 어떤 모습으로 출판, 제작되어 판매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금도 나는 저작권협회에서 재적 증명서나 원천징수 영수증을 뗄 수 있다. 이 말은 즉, 나도 아주 자그마하지만 소득이 있고, 어디에 籍(적)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물론 내가 소득을 증빙할 일이 현재까지 없었다는 게 현실이긴 하다.)
그런데도 나는 자기소개를 할 때면 위축되곤 했다. 작가, 작사가라고 말하지 않고 그냥 ‘취준생’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앞 편에서도 말했지만, 작가라고 말하면 실물 책으로 출판은 했는지, 잘 팔리는지, 작사가라고 말하면 발매된 곡이 있는지, (또) 잘 팔리는지 물어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불량과자만도 못한 내 수입을 들은 사람들은 이 말을 덧붙였다.
“넌 그럼 왜 돈도 못 버는 일을 해?”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올바른 언행을 위한 교육을 받는다. 교과서적인 말 말고 현실적으로 그 내용을 말하자면, 약한 사람들을 만만하게 보지 말자, 혐오하지 말자, 어차피 다 돌려받으니 이기적으로 살지 말자 등등이다. 그러나 학습된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 우리는 배운 대로 말하지 못한다. 이때 ‘악의는 없으나 상처가 될 만한 말’을 하게 된다. 위의 말은 그 예시이다.
단지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으나 그 일이 돈을 잘 못 버는 것일 뿐이다. 나는 안다. 같은 질문을 검사나 교사에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아쉬울 따름이다. 직업의 기준을 무조건 ‘돈’으로 삼는 사회가, 그래서 은연중에 내뱉게 되는 저런 말들이 너무나 아쉽다. 만약 당당하게 ‘내 직업은 작사가(작가)야.’라고 말했어도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에이, 돈도 못 버는데 무슨 직업이야.”
오늘도 돈 못 버는 직업을 가진 나는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