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슬픔에 새로운 눈물을 낭비하지 말라

가족이 다 같이 본 <신과 함께>

by 정그믐

엄마는 우리 가족 네 명이 함께 봤던 <신과함께>를 기억할까. 그 안에서 배우가 하던 대사 중 나랑 같은 부분에서 멈칫했을까.


“지나간 슬픔에 새로운 눈물을 낭비하지 말라.”


엄마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우리 가족은 거실에 모여 영화를 다운로드하여 봤다. 보통은 언니나 내가 먼저 본 적 있는 영화 중 재밌었던 것들을 아빠와 엄마에게 소개해주는 식으로 봤다. <인비저블 게스트>, <택시 운전사>, <신과함께-인과 연>, <신과함께-죄와 벌> 등등. 엄마는 영화를 새로 다 보고 나면 손으로 본인이 본 영화를 꼽으며 말했다.


“이거까지 하면 이제 총 4편 봤네, 4편!”


그러나 엄마가 손가락을 하나하나 꼽을 수 있던 시간은 얼마 가지 못했다. 엄마는 <신과함께> 두 번째 편을 볼 때쯤 약 기운 때문에 제대로 눈을 뜨고 있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영화를 끝까지 다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 영화가 엄마가 본 마지막 영화가 되었다.


저 대사가 영화의 초, 중, 후반 중 어느 부분에 나왔는지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영화를 보던 날 기억나는 장면은, 어느 순간 엄마가 눈을 감고 입을 벌린 채 아이처럼 자는 모습이었다. 나와 다른 가족들은 그 모습을 보고 조용히 볼륨을 낮췄다. 다음에 보면 되지. 그때의 중얼거림이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처럼 되어버린 것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다.


영화 <신과함께>는 이승의 인간이 죽고 나서 저승으로 가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아이러니하게 엄마도 돌아가시고 나서 49재를 지냈다. 절에서 스님과 보살님은 내게 49일 동안 무사히 저승을 통과하도록 열심히 기도드려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나는 기도드리는 중간마다 영화의 내용이 생각났다. 엄마의 재판 과정에서 내가 엮인 재판도 있으려나, 그럼 엄마는 무죄고 나는 유죄이려나. 영화에서는 이승의 인간에게 이미 용서받은 죄에 관해 저승에서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엄마를 미워했다. 그것도 많이. 엄마도 나를 미워했다고 믿는다. 마지막 날에 내 이름 한 번 불러주지 않았으니까. 우린 이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생각도 하지 않았고 그대로 끝나버렸다. 그럼 엄마도, 나도 저승에서 이 갈등에 대한 재판을 받아 벌을 50년, 100년씩 받게 될까. 생각하다 보니 무서워졌다.


나는 미워하지 않고선 견딜 수 없었다고.


그렇게 변명하고 싶은 마음이 제사를 지낼 때마다 불쑥불쑥 들었다. 그 영화 참 이상했다. 이승에서의 죄는 죽어서까지 벌한다면서, 지나간 슬픔에는 눈물을 낭비하지 말라고 한다. 내 슬픔은 내가 지은 죄로부터 오는 것 같은데, 벌은 받되 울지는 않아야 하는 걸까. 나는 그 대사가 제일 생각나면서도 그 대사와 반대되는 삶을 살고 있다. 나에게 슬픔은 어제도,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일도 이어질 예정이고 종종 울 것이다. 마음 한구석이 고장 난 것 같은 느낌이 든 지 꽤 지나자 이제는 고장 난 상태로 사는 것이 더 익숙해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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