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술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 해보려고 했다. 그 결과, 내가 미술이나 음악에는 영 소질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딱 하나, 글쓰기라는 창작분야를 건지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내 안에서 여러 페르소나(캐릭터)가 탄생했다. 작사가, 작가, 직장인이 바로 그것이다. (참고로 현 직장도 글을 쓰는 쪽과 가깝다.)
작사가로 첫 곡이 발매된 것은 2016년이었다.
작가로 첫 책(작품)이 판매된 것은 2018년이었다.
직장인으로 첫 출근을 시작한 것은 2020년이었다.
적다 보니 내 인생은 2년 터울로 큰 전환점을 맞은 것 같다. 여태 몰랐던 부분이다. 스스로 다방면의 일을 한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지만, 결실을 맺기까지는 그 일을 해도 '일을 한다'라고 말하기 꺼려졌다. 지금이야 직업이 여러 개라고 얘기하지만, 이렇게 얘기하기까지 4년이 걸렸다. 아, 4년이라고 숫자로 써놓고 보니 또 얼마 되지 않는 시간 같다. 아무튼 난 나름 노력했고, 여전히 노력 중이다.
각각의 캐릭터는 다 다른 습성(?)을 가지고 있다.
- 작사가로 작업할 때는 감성 충만한 밤~새벽 사이에 일하는 것을 즐기며, '오글거린다'라는 말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 작가로 작업할 때는 친절한 이야기꾼이 되려고 한다. 무의식 중에 이야기의 일부를 건너뛰고 서술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 직장인으로 일할 때는 다른 거 다 필요 없다. 제시간에 출근하고 제시간에 퇴근하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잡을 뿐이다. (나도 내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가끔 페르소나가 서로 충돌해 직장인일 때도 감성에 휩쓸릴 것만 같고, 가사를 써야 하는데 감정이 안 잡히는 때가 생긴다. 그럴 땐 방법이 없다. 그냥 그 순간의 나 자신을 원망하며 빨리 마인드를 바꾸려고 한다. 어쨌거나 무슨 캐릭터든 그 대가를 지급받아야 살아가는 삶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왜 이 캐릭터들을 포기하지 않는 걸까. 직장인이라는 부캐(앞서 난 작사가/작가로서의 나를 메인 캐릭터로 삼기로 마음먹었다)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생길을 걷지 않아서일까. 포기한다면 직장인을 포기할까 작가를 포기할까 작사가를 포기할까.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 욕심쟁이 같은 심정으론, 모든 걸 다 지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