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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Dec 04. 2020

첫 원고 청탁을 받았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 10개월 만에

회사생활에 영 익숙해지지 않는 기분의 나날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하릴없이 휴대폰만 보던 시기엔 새로운 알림이 오면 바로바로 확인을 했기 때문에 알림창이 지저분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엔 10시~7시는 회사에 있다 보니 휴대폰 볼 시간이 없었다. 야근이라도 하는 날엔 하루에 12시간은 보지 않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슨 알림이 왔는지 확인만 하자는 마음으로 잠깐 본 알림 중에는 예상치 못한 이메일이 있었다. 바로 기고 요청의 이메일이었다.


알림에서는 미리보기밖에 안돼 메일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다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퇴근 시간만을 기다렸다. 그날 일을 어떻게 했는지도 모른 채, 집에 오자마자 이메일부터 확인했다.


확실히 원고를 요청하는 이메일이었다. 브런치 작가로 승인을 받은 지 10개월 만에 받은 첫 원고 청탁이었다. 설레는 마음에 꼼꼼히 내용을 읽고 참여하고 싶다, 유의사항을 알려달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퇴근까지 다시 이메일이 오기를 기다렸다.


다음날 이메일을 확인하자 세부적인 내용이 언급돼 있었다. 조건을 이리저리 따져봐도 일단 도전해야 좋을 것 같았다. 상대편이 제안한 원고 마감일까지 원고를 작성해 보내겠다는 답신을 보냈다. 그 전날보다는 들뜬 마음이 가라앉았지만 그래도 아이처럼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누군가가 내 글을 보고 있다는 건 나처럼 글을 쓰겠다 마음먹은 사람들에겐 꽤 기분 좋은 일이다. 실은 브런치 작가로 승인받은 뒤,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의 원고 청탁 이야기를 들으며 부럽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얼른 내게도 그런 유형의 기회가 왔으면 좋겠단 조바심이 컸다. 그러던 중 불쑥 들어온 낯설고도 설레는 메일이었다.


완성된 내 글이 거절되지 않고 무사히 실렸으면 좋겠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나 역시 어쩔 수 없이 내 글을 보는 사람들이 내 글의 가능성을 더 높게 쳐주었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그렇게 오늘도 작가이고 싶다. 당분간 나는 마감이 있는 삶을 살 예정이다. 어떤 글이 나올지 아직 생각해둔 것은 없지만, 마감 전에는 무엇이든 완성하는 게 작가의 특징이니 지금은 내게 주어진 상황을 그저 즐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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