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 3개월 만에 취뽀(취업 뽀개기)
어처구니없게도 나는 지금으로부터 불과 3개월 전에는 '프리랜서 작가/작사가'로 활동하겠다 마음먹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글쓰기 수업 2개를 동시에 들으면서 브런치에 내 글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 말곤 딱히 목표도, 당장 해야 할 일도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것 말곤 무엇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없었다.
그러던 중 구직 사이트에 올려놓은 내 이력서를 보고 지금의 회사가 연락을 해왔다. 직무도 글쓰기와 크게 거리감이 있지 않았고, 당장 내 통장 사정은 알바든 뭐든 곧 찾아야 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결국 덥석 기회를 물었고, 덜컥 입사하게 됐다.
면접과 입사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고,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일한 지 일주일을 넘기고 있다. 사실 현실과 타협한 결정이긴 했다. 프리랜서라고 스스로를 지칭한 건, 내가 만약 어느 회사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그 직업을 나의 본업으로 삼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내 본업을 '프리랜서 작가/작사가'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의 또 다른 페르소나인 '직장인'은? 나는 그걸 '부캐'로 부르기로 했다. 11월 하순을 기점으로 부업이자, 부캐릭터가 생긴 것이다.
본업과 부업을 나누는 기준은 흔히 '수입'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으로 만연한 그 기준에 나는 소심한 반항을 해보기로 한다. 어차피 둘 다 내 직업이라면, 본업과 부업을 나누는 것도 '내' 기준에서 정할 수 있는 거니까. 현재의 나는, 직장인이라는 부캐를 가진 프리랜서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