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그믐 Dec 07. 2020

입사 14일 차, 이직을 꿈꾸다

잊고 있던 자격증 공부를 생각했다

제목만 보면 의외겠지만 나는 바쁜 걸 좋아한다.


여기서 바쁘다 함은, 충분한 자아실현이 가능한 일거리를 많이 받았을 때를 얘기한다. 그래서 대학생 때 학생회를 할 때도 열정 페이에 총무였지만 하는 일이 즐거웠다. 그래서 1년의 임기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만큼 순간 삭제되었다. 수많은 대내외 활동과 동아리를 보상 없이 할 때도, 억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었고,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대인관계와 경험 모두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혹은 울타리 밖이라도 어떤 일을 하면 '와, 이건 정말 나랑 안 맞는 일이다.'싶은 건 없었다. 웬만하면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사회생활은 내 예상과 많이 달랐다.


면접날 인상과 입사 후 인상이 달랐고, 회사 내 오전과 오후의 인상이 달랐다. 내 기준에서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싶은 게 이곳에선 당연한 것이 됐다. 소심한 INFJ에게 반박이란 남의 나라 얘기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내가 점점 더 바보가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다들 힘든데 나만 그런 건가?'


이 생각만 주야장천 했다. 내게 회사란 그런 곳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내 가치관과 다른 상황을 마주했고 결심 아닌 결심을 했다. (브런치에 그 상황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깝지만 아무튼 그렇다.) 퇴근 후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자고. 그 시간에 공부를 해서 다른 곳으로 회사를 옮기자고.



그렇게 이직을 꿈꾸기 시작했다.


단순히 업무를 잘 못한다거나,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겠다거나와 같은 일이면 그냥 버티겠으나 그런 쪽은 아니다. 이 회사는 나랑 맞지 않는다. 이 문제는 회사를 떠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퇴사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2주 만에 일이 나랑 안 맞는다는 걸 깨닫고 퇴사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을 누가 좋아할까. 그래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여느 취준생들처럼 토익이든, 컴활이든, 한국사든 내 앞길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로다가.


한 달 전만 해도 그랬던 것처럼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구직사이트에 올리려고 한다. 이력서도 손 좀 보고, 이직을 염두에 둔 구직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금 회사에서 서운해해도 어쩔 수 없다. 회사의 직원의 관계, 갑과 을의 관계, 상사와 부하의 관계. 사회생활은 영영 평등할 수 없는 세계나 마찬가지란 걸, 난 2주가 지나서야 깨달았다. 즉, 언제 떠나든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세계인 것이다. 사회란.



INFJ라서 작은 일도 심각하게 생각하는 편이긴 하다.


어쩌면 MBTI문제가 아니라 그저 내 성격 탓일 수도 있지만, 나는 항상 일을 할 때 내 가치관과 맞는지를 우선적으로 본다.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 뒤로 의욕 없이 임한다. 고치려고 노력했으나 고쳐지지 않는 나쁜 습성이라 이제는 순응하고 내 생각과 맞는 쪽으로만 일을 하는 편이다. 그래서 지금의 회사에 나는 솔직히 의욕이 점점 사그라드는 중이다. 물론 변덕은 있다. 난 변덕도 심한 편이다. 그래서 한 달 뒤에는 보란 듯이 회사를 찬양하며 다닐 수도 있고, 보란 듯이 회사에 안착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일단 지금은 너무 아니다.



오늘 잊고 있던 플래너와 토익 책을 꺼냈다.


이직에 대해서 하나도 아는 게 없고, 회사를 다니는 지금도 취직에 대해선 더 모르겠다. 그렇지만 일단 해본다. 추후 지금 회사에 만족하게 된다면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한 자기 계발에 투자한 거고, 불만족한다면 다른 곳으로의 이직/취직을 위한 스펙 쌓기에 투자한 거고. 공부나 사회생활이나 둘 다 정도가 없으니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작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사히 월요일을 견뎌낸 이 세상 모든 직장인들 파이팅이다. (화요일이 46분 남은 시점의 응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