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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Dec 08. 2020

사회생활에 필요한 가면은 몇 개일까?

흔한 내성적인 사회초년생의 고민

사회생활에 필요한 가면은 몇 개일까?


1) 직장 동료를 대할 때
2) 상사를 대할 때 + 어제 나를 혼낸 상사를 오늘 다시 마주할 때
3) 외부 손님을 대할 때
4) 친하진 않지만 같은 공간을 쓰는 사람을 대할 때
5) 원래 친하지만 일적으로 만날 때
6) 날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 사람을 대할 때


지금 생각나는 것만 대충 세어도 다섯, 여섯 개가 넘는다. 각각의 경우에 모두 가면을 쓰고 사회성이 충만한 직원인 척, 눈치가 없어 남이 날 싫어하는지 모르는 척, 그날 일은 그날로 잊는 사람인 양 쿨한 척하면 사회생활 점수에서는 만점을 받을 것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당찬 주인공처럼 온갖 수난에도 난 해피엔딩을 맞을 거라는 굳은 믿음 하나로 뻔뻔하게 버티면, 결국 정글 같은 사회에서 살아남긴 할 것이다.


그런데 사회에서 만점 받는 건 둘째 치고, 이렇게 사는 게 과연 맞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가면을 덮어쓴다는 건 어쨌거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인 것처럼 군다는 말 아닌가. 그럼 사회생활에서의 '정그믐'은 존재하지 않는 건가. 출근~퇴근까지의 '정보름'으로 살고 퇴근~아침까지는 '정그믐'으로 사는 그런 삶을 지향해야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한 건지 내적 갈등이 일었다. (아니 무엇보다 그렇게 살면 내가 별로 안 행복할 것 같은데요...)


나는 사람을 대할 때 자꾸만 진심이 나오려고 하는 게 콤플렉스 아닌 콤플렉스였다. 상대방이 나에게 호의를 베풀면 그 이면은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예의상'이라는 말은 지금도 내게 어렵기만 하다. 왜냐면 나는 진심을 숨기지 못해 난리였으니까. 그래서 예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다 보여주려고 하지 마라', '입을 무겁게 해라'와 같은 말을 자주 들었다. 오죽하면 사주를 보러 갔을 때도 '사람들에게 뒤통수 맞을 사주'라는 말을 들었다. 좋은 사람들도 물론 내 곁에 많지만 1년에 한 번씩은 대인관계에 된통 당하곤 했다. 어느 순간 나는 사람을 너무 잘 믿고, 내 마음을 잘 주며, 그래서 비밀도 잘 털어놓는, 한마디로 '입이 가벼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난 중국 변검처럼 휙휙 가면을 바꿀 능력이 없다.  


나는 줄곧 상대방도 부디 진심이기를 바라면서 관계를 맺어왔다.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만큼 그 사람도 날 생각해줄 거라고. 그런데 '인생은 실전'이라는 유명한 말처럼, 살아보니 나와 다른 성향, 성격의 사람들이 이 세상엔 너무 많았다. 나는 이해를 해야 받아들이는 사람인데, 상대방의 태도는 가끔 난해해서 마음으로 이해하기까지를 기다려주지 않아 머리로만 급하게 이해하고 말 때도 있다. 이런 상황은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은 내 회사 생활에서도 드러났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사는 게 사실 잘 안 된다. 그러려면 중국의 가면극처럼 손 하나 안 대고 그때 상황마다 맞는 가면으로 바꿔 껴야 하는데 아직 내게 그만한 능력은 없다. 솔직히 나는 혼자 작업하는 게 훨씬 익숙하고, 낯을 많이 가리고, 사회성이 없고, 그래서 누군가 다그치면 기가 죽어 아닌 말도 아니라도 못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학창 시절 내내 소위 '인싸' 성격의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내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 장점들은 '사회생활'이란 과목에선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 같다. 


사회초년생은 누구나 한 번씩 거치는 호칭이다. 나도 딱 '사회초년생'의 위치에 있다. 여전히 복사기 쓰는 법은 잘 모르겠고(사실 한 번도 안 써봐서 까먹었다), 상사의 꾸짖음에 하루치 멘탈이 다 털리고, 새로 관계를 맺은 누군가가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란 상상에 빠져 걱정만 태산이다. 그래서 지금은 '행복하다'라는 감정/기분과 거리가 멀다. 그저 하루하루가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하루살이의 심정으로 지낼 때가 더 많다. 모르는데 어쩌라고라는 식의 가면을 빨리 챙기고 싶은 마음뿐이다.


내일은 또 어떤 사건이 날 부를까. (Feat. 명탐정 코난 OST)

정말 한 치 앞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출근은 해야 된다. 아직 온전한 첫 월급을 받은 적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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