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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믐 Dec 10. 2020

퇴근 10분 전에 일 시키는 상사의 심리는 뭘까?

제가 마음에 안 드시나요?

이틀 연속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10시 출근에 7시 퇴근이다. 그런데 회사의 나보다 높으신 분들께서는 시간보다는 업무를 중요시 여기시는 것 같다. 그 결과, 나는 이틀 연속 퇴근 시간 즈음에 업무를 받게 되었다.


오후 6시 59분

"이거 좀 빨리 만들어주세요."


사실 표를 만드는 게 어렵다거나, 막 한 시간씩 걸리는 일이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그런데 다들 알겠지만, 학교 다닐 때도 종 치기 10분 전이면 수업에 집중 안 하지 않나. 하물며 회사라고 다를 건 없다. 퇴근 10분 전이면 외부로 보낼 건 다 보내 놓고, 모니터에 켜진 수많은 탭을 전체 끄기 해버리고, 수첩도 볼펜도 가방에 얼른 쑤셔 넣는 게 버릇 아니던가. 내가 서운했던 건 단순히 일을 더 하게 되서라기보다는 (이곳의 업무 강도는 전혀 세지 않다) 이런 내 마음을 훤히 알고 계실만한 위치의 분들이 모르는 척 일을 주시는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배당 받은 일은 10분 만에 완료해서 보내드렸다. 그나마 여유로운 퇴근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날도 비슷한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오후 6시 52분

"이거 누가 하고 갈 사람?"


이 날은 내가 다른 업무 때문에 내 직무의 주된 업무를 같은 직무 동기들 중 가장 적게 한 날이었다. 질문 이후 잠깐 서로 상황 파악하는 사이 나는 혼자 찔려서 "제가 할게요." 하고 일거리를 받았다. 지금 회사 동기들과는 매일 같이 퇴근하는 사이인지라 내 업무가 밀리면 그들의 퇴근도 미뤄지는 상황이었다. 결국 손이 빠른 동기 한 명이 내 일을 대신해줬다. 그래서 7시 언저리에 바로 퇴근할 수 있었다.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요즘 애들은 '딱 돈 받는 만큼만 일할 거다.'라고 말한다."


청년들이 예전만큼 헌신적으로 회사생활을 하지 않고, 시간 투자에 대해서 (어쩌면) 냉정하게 구는 걸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예전'은 언제를 말하는 걸까? 상사가 부탁하면 자리를 정리하고, 직무기술서에서 보지 못했던 업무를 이의제기 없이 해야 하는 게 사회초년생의 당연한 삶일까. 나는 그들이 말하는 '요즘 애들'이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려 한다. 자리를 치워달라는 말에 반감부터 들고, 퇴근 10분 전에 일거리를 준다 하면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일거리 주신 분에 대한 원망으로 머릿속이 가득 찬다. 


처음에는 업무를 애매한 시간대에 주길래 내가 회사에 찍혔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입사하고 잘한 일보다 실수하고, 계속 되물은 기억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직을 꿈꾸게 됐다. 하루는 다닌 지 2주 만에 이직을 결심하게 된 걸 아빠에게 털어놓았다. 그런데 아빠의 반응은 의외였다.


"그냥 참고 다녀라. 원래 첫 1~2년이 제일 힘든 거다."


그 말을 들으니 내가 불만 많은 성격인 것만 같고, 참을성이 없는 것 같았다. 학교 다닐 때도 그 문제로 대인관계가 부서졌던 경험이 있었기에 회사에 입사하고 난 뒤가 스스로도 걱정되긴 했다. 아빠의 꾹 참고 다녀보라는 말에 일단 수긍은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대체 퇴근 10분 전에 일 시키는 상사의 심리는 뭘까?"


나는 아직 누군가의 사수나 상사나 뭐든 되어본 적이 없어서 답을 모르겠다. 


오늘도 퇴근 10분 전에 일거리를 받아 야근 중인 사람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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