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받고 싶다구욧!
나는 싫어하는 게 참 많은 사람이다. 내 가치관과 맞지 않으면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그 사람을 바꾸려는 노력을 더 많이 했고, 이는 안 좋은 결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금은 스스로 알아채고 먼저 고치려고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항상 낯설다고 느끼는 사람의 유형이 있다.
사람을 사귀고 사람을 만나다보니 사람을 사람 그 자체가 아닌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도 많고, 직급에 따라 사람 대하는 게 달라지는 사람들도 종종 봤다. 자잘한 실수 하나하나에 극도로 화를 내는 유형이 있는가 하면, 처음이니까 이 정도 실수는 그럴 수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
태도, 반응에 정답은 없다. 받아들이는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같은 태도라도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게 쟁점일 것이다. 나는 쿠크다스 멘탈이라 이런 부분에서 자주 상처 받고, 누군가의 적이 되었다가, 누군가의 미움을 받을 때도 있었다.
나는 오늘 내 상사에게서 조금은 무례하다 싶은 행동을 보았다.
분명 동기들과 함께 혼나고 있는 상황이긴 했다. 내가 잘못한 부분도 있고, 그분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짐작 또한 입사 극초반부터 느끼고 있었다. 그분은 내 전공과 내 경력을 믿고 뽑아주셨지만 내겐 그만큼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컨펌받는 업무마다 그분의 피드백이 들어갔다. 그 짐작을 오늘 그분은 사실로 밝혀주었고, 잘못한 부분을 하나하나 지적하신 후에도 화가 가라앉지 않으셨는지 눈앞의 서류를 책상에 툭 던지셨다.
사실 정말 A4 몇 장을 툭 던지신 거다. 드라마에서처럼 "일을 이딴 식으로 해?!"라던가, "됐고, 00 씨 책상 빼세요."라는 코멘트가 달리진 않았다. 툭 던지시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라는 말만 하셨을 뿐이다. 그렇지만 나는 봐버렸다. 그 순간에는 내 상사가 나를, 우리를 존중하는 태도가 거의 없었다는 걸 말이다.
그날 상사는 몇 시간 뒤 다시 우릴 불러 이전보다는 차분해진 톤으로 본인 의견을 전달하셨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그때 상사의 눈빛과 서류를 툭 던지듯 놓던 행동, 말투를 잊을 수 없다.
나는 글을 쓰던 버릇 때문에 사람 관찰하는 게 습관 아닌 습관으로 자리 잡혀 있었다. 그래서 사람의 비언어적, 반언어적 표현을 잘 신경 쓴다. 상사는 내 얼굴을 보며 혹시 알아챘을까. 당신이 나를 평가하는 동안 나 역시 분석하고 판단한다는 걸.
그분은 우리에게 기대치가 높았던 것 같다. 물론 그걸 따라잡지 못한 내 잘못도 있겠지만. 이래서 모든 회사가 '경력 있는 신입'을 원하는 것 같다. 브런치에서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수습 기간 내내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진 못할 것 같다. 입사할 때부터 자신 없었고, 지금도 자신 없다.
어쨌든 지금 집에 돌아와서는 주말 동안 엑셀 하고 맞춤법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회사를 다닐 때 공부하지 않으면 불편할 것 같다는 필요성과 이 회사를 떠나 다른 회사로 가게 되더라도 꼭 필요한 것들이라는 생각에서다. 서럽게도 난 문창과이지만 맞춤법을 잘 모른다. 늘 지적받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맞춤법인데, 나도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를 애용하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도 맞춤법을 잘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맞춤법보다는 문장을 볼 때 좀 더 자연스러운 구조로 고칠 수 있는 능력까지는 있다. 띄어쓰기나 사이시옷이 언제 들어가는지, 인용구를 쓸 땐 어떻게 하는지 등등 문법적인 부분을 적어도 난 잘 모른다. (죄송해요 나의 상사님)
이래저래 스펙터클한 일주일이었지만 정신 차리니 또 금요일을 맞이했다. 주말에는 공부도 하고, 밀린 집안일도 하고, 여유도 부리고...(싶다는 것이지 이렇게 할 것 같진 않다. 주말만 되면 모든 게 귀찮다.)
일주일을 무사히 끝마친 모든 직장인, 사회인 분들에게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