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많이, 잘 먹는다
불타는 금요일, 불금이다.
그래서 주중 다른 날보다 일을 더 열심히, 빨리, 신속하게 처리하려고 했다. 그리고 다행히 야근을 피해 칼퇴할 수 있었다. 직장인에게 금요일 칼퇴란, 매우 신나는 일이다.
금요일 저녁이면 마음이 들뜬다. 동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퇴근 시간만 기다리게 되고, 퇴근하고 나서는 지하철에서 잘 보던 휴대폰도 안 보고 즐거운 생각에 잠긴다.
오늘 저녁은 뭘 먹지?
후식으로는 뭐 먹지?
내일은 늦잠 자고 일어나서 빨래 돌려야지
늘어지게 넷플릭스나 봐야지
집에 오면 화장 지우는 것도 잊은 채 옷만 후다닥 갈아입고 저녁을 차려 먹는다. 노는 것도 체력이 필요하다. 요새 코로나 때문에 도시락을 싸가긴 하지만 기껏해야 계란이나 샌드위치 정도라서 퇴근 후 집에 오면 항상 허기지다. 어제 먹다 남은 치킨을 몇 조각 꺼내 데워놓고 유튜브를 뒤진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어떨 땐 유익하고 밥 먹을 땐 별로 좋은 영상이 안 보이게 하는 것 같다. 좋아하는 유튜버의 브이로그를 보다가 치킨을 다 먹었다. 밤에 기름진 걸 먹었더니 속이 니글니글하다. 그렇다면 뭐다? 라면이다.
후식이 과일이나 아이스크림처럼 간단한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오늘은 금요일, 불금이다. 허투루 보낼 수 없기에 나는 냄비에 물을 붓는다. 역시 느끼함을 없애는 데엔 라면이 최고다. 파도 송송 넣고, 시간도 스톱워치로 딱딱 맞게 잰다. 최상의 컨디션을 갖춘 라면이 끓여졌다. 즐겨보던 방송 재방을 틀어놓고 라면을 먹었다. 원래 라면을 거의 매일 먹다시피 했는데, 취직하고 나선 피곤해서 끓여먹을 생각도 잘 안 했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먹는 라면은 꿀맛이었다.
금요일은 이어지는 이틀이 주말이기 때문에 회사 생각을 1도 안 할 수 있어 좋다. 다른 날이면 오늘 할 일이 미뤄졌을 때 '12시간 뒤에 또 이 일을 해야 돼?!' 하면서 우울해지곤 했는데, 오늘은 그렇게 낙담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 생각을 미룰 수 있다는 건 때에 따라 정말 행복한 일이다. 특히 신입사원이 업무에 대한 생각을 미룰 수 있다는 건 말이다. 일단 오늘은 '주말 전야제'를 마음껏 누릴 거다. 자정 넘어 잠드는 것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밤이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입이 또 심심하다. 이 신호를 또 무시할 순 없다. 마지막으로 아이스크림 하나만 더 먹고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