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도 출근
며칠 연속이다.
꿈에서 난 자꾸만 회사로 향한다. 회사 사무실로 들어가고, 직장동료들은 보이지 않고 자꾸 상사만 마주한다. 그것도 나를 혼낸 적이 있는 상사만 말이다.
입사 후 처음에는 나도 경제적인 활동을 한다는 생각에 보람차서 꿈도 꾸지 않고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런데 입사 2주가 지나자 상사에게 혼나고, 일의 실수를 하게 되면서 출근은 날마다 하기 싫은 일이 되었다. 그래서 저녁시간 퇴근 직후에만 기분이 좋았다가 잠들 때쯤에는 내일 아침이 영영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곤 했다. 그리고 그렇게 잠든 날에는 꼭 꿈에 회사가 나왔다.
처음에는 스트레스의 영향이라 생각했다. 사실 업무가 나랑 잘 맞아서라기보단, 당장 내 또래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각하니 여길 퇴사해도 갈 곳이 없겠단 생각에 이직만을 희망하며 버티고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스트레스는 더 많이, 더 빨리 쌓였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기억하는 꿈 몇 개에는 모두 회사가 등장했고, 상사가 등장했다. 꿈속의 상황은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있었으나, 나름 타당한 상황도 있었다.
#1
자,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돼서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겠어요?
줌으로 한 화상회의였다. 대표가 거리두기 3단계가 된 상황을 알리며 우리 회사는 어떻게 할지 회의를 주최한 상황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손을 들고 발언을 했던가, 우린 다 필수인력이니까 출근하라고 했던가.
#2
대사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상사가 눈을 크게 뜨며 날 혼내고 있었다. 이번에는 동기들과 같이 혼나는 것이 아닌 나 혼자 혼나는 상황이었다. 지금도 궁금하다. 그 꿈에서의 난 왜 혼나고 있었는지,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한 건지 말이다.
#3
회사 건물이 자꾸 보인다. 아마도 출근길이었나 보다. 길가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좀 쌓여있었고, 난 추웠는지 종종걸음으로 회사에 가고 있다. 와중에도 속으로 출근하기 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꿈에서 출근하다니, 그것만큼 꾸고 싶지 않은 꿈도 또 어디 있을까.
지금 생각나는 꿈만 각기 다른 날, 세 가지이다. 이 정도면 나는 내 직장에 대해 신경증이 있는 건 아닐까. 고등학교 3학년 때처럼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수면의 질은 그때보다 지금이 더 나쁜 것 같다. 아, 난 아직 회사에 적응하지 못한 걸까. 남들은 한 달이면 적응하는 걸 나는 여전히, 오히려 처음보다 더 회사랑 멀어진 기분이다. 그래서 지금도 내일 출근은 싫다.
오늘 글은 많이 우울하다. 왜냐하면 오늘 아침잠에서도 꿈에서 회사를 마주했기 때문이다. 내게 회사를 싫어하느냐고 묻는다면 좋아하진 않는다고 대답할 것 같다. 무슨 꿈을 꿔도 그런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