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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알 Jul 26. 2020

너의 발을 먹고 싶어

작고 귀여운 것은 입에 넣고 싶다


아빠에게 물려받은 왕 엄지발가락


친구들의 딸은 죄다 아빠를 닮았다. 

예상은 했지만 제니도 아빠를 닮았다. 

딸은 아빠를 닮는다는 명제를 한번 더 증명한 셈이다. 

내심 잠재된 나의 열성 유전자가 제 몫을 해주기를 바랐지만 이변은 없었다. 

지금 제니의 모습은 아버지가 나를 안고 찍은 어릴 적 사진의 나를 그대로 담았다. 

이 정도 싱크로율이면 손녀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떠난 아버지의 아쉬움도 덜할 거 같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곳곳에 엄마의 유전자와 타협한 흔적이 보이고 

(혹시 본인이 나중에 수술?을 원한다면...) 견적 비싼 부위는 피했다는 것이다. 


제니는 아빠의 얼굴만 닮은 게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유독 눈에 띈 왕 엄지발가락도 아빠로부터 건너갔다.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친자확인은 말 그대로 드라마에서나 존재할 뿐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란 걸 제니를 보며 깨닫는다. 

유전자 따위는 육안으로 확인 가능하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그래서일까? 

유독 이 발에 마음이 끌린다. 

옥수수 알알이 박힌 것 같은 아이의 발은 그 어느 부위보다 보드랍고 매끈하다. 

왜 그런지 사뭇 진지하게 생각해봤는데 

다른 부위는 나름 제 기능을 수행하며 실사용을 하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를 떼지 못한 아이의 발은 온전한 새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두 발을 딛기 전까지 이 발은 신체 중 유일한 미사용 부위로 남을 것이며 

그래서 다른 부위보다 더 보드라운 살결을 유지하는 게 아닐까. 


포대기를 하고 제니를 안으면 두 발이 시계추처럼 빼꼼 나오는데 

그럼 난 두 손으로 두 발을 살포시 감싸 엄지로 발꿈치를 문지르기 시작한다. 

한 번쯤은 간지러움을 태우려 발바닥을 쓱 긁어주기도 한다. 

그럼 제니는 조건반사로 토실한 허벅지를 이용해 제 발을 빼려 안달이다. 

악랄한 아빠는 이 장난을 시도 때도 없이 즐기며 육아의 낙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이 발은 유일하게 허락된 뽀뽀 허가구역이기도 하다.

충치가 생긴다는 이유로 2년 간 입뽀뽀 금지령이 내려진 아빠의 뽀욕을 채울 수 있는 유일한 부위인 것이다.

딱 한입 사이즈인 이 발에 뽀뽀를 할 때면 한 입에 다 넣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아무리 앙증맞기로서니 이것도 발이구나 싶을 때가 있는데 

하루정도 목욕을 안 시키면 치즈 냄새 비슷한 발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그럼 또 그 작은 발이 이런 냄새를 만들어내는 게 신기해서 물고 빨게 된다. 


오늘도 제니의 발을 주무르며 속삭인다. 

“아빠가 제니 발 먹어버릴 거야~” 

이상하게 작고 귀여운 것은 입에 넣고 싶다. 

문득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마녀가 아이들을 살찌워 먹으려 했던 게 

어쩌면 너무 귀여워서 그런 건 아니었을까? 하는 괜한 동정이 생기는 새벽이다.




유튜브: 그놈 김조알

이메일: 83gigogi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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