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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만 Mar 18. 2021

"넌, 너에 대해 얘기를 잘 안 하는 것 같아"라는 말


J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넌, 너에 대해선 얘기를 잘 안 하는 것 같아."

우리가 알고 지낸 그 오랜 시간에도 불구하고 난 너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그러자 생각난 어떤 말이 있다.

내게 건넨 H의 말.

"넌, 자기 얘기는 잘 안 하는구나."


듣는 쪽보다는 언제나 말하는 쪽이었던 나는 놀랄 수밖에.

도대체 무엇을 더 말해야 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될까.

우리가 그동안 나눴던 그 수많은 대화들은 무엇이었을까.


다시 J를 생각한다.

난 네게 무엇이 궁금한가.

네 부모의 직업, 가족 관계, 연애 만족도, 연봉?

무엇도 알지 못하지만 그것들을 안다고 너에 대해 충분히 알게 되는 걸까.

어쩌면 너는 내게 모든 것을 말해줬을지도 모른다.

너의 고민, 너의 생각, 너의 불안.

어쩌면 내가 애써 무시해 오던 너의 것들.


너는 내게 궁금한 것이 없니?

궁금한 게 많은 나는 너를 더 좋아하는 것일까.

친구사이에서도 나는 을의 관계를 맺고 있나.


그러다가 깨달았다.

나는 조금도 '더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은 거구나.


J는 언제나 나를 외롭게 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그 외로움은 오롯이 나로 인한 것이었다. 조금도 더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이, 나의 빗장이 나를 외롭게 했구나.    


드라마 <도깨비>에서 김신은 칼을 맞으며, 화살을 받으며 왕여에게 다가간다.

이 말을 해주고 싶어서.

"너의 이복형이었던 선황제에게, 너의 정인이었던 내 누이에게,

너의 고려를 지켰던 나에게, 너는 사랑받았다고."

왕여는 그런 인물이었다.

사랑받았지만 사랑받은 줄 모르는, 그래서 지독히도 외로웠던 사람.


안전하게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더 많은 사랑을 주는 쪽이 되지 않도록 받는 사랑의 크기를 가늠하고 있다.

이제 그러지 않기를.

사랑을 주고 난 자리는 더 큰 사랑으로 채워지는 것을 알기를.

내가 더 사랑하는 쪽이 되는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님을 깨닫기를.

오늘 신랑을 더 많이 안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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