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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훈 Dec 06. 2020

control beat 다운 받았습니다.

This is Hip-Hop! 그 두 번째

This is hiphop! 두 번째 시간, 이번에 할 이야기는 바로 한국 힙합 역사에 길이 남을 디스 대란, control 대란이다. 2013년 힙합의 본토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켄드릭 라마가 ‘control’이란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하였는데 이때 켄드릭 라마는 래퍼들을 광역으로 언급하며 경쟁을 부추기며 시작되었다. 국내에서는 스윙스가 처음으로 컨트롤 비트를 다운 받아 ‘king swings’라는 곡을 발표하면서 한국 힙합 씬에 불을 지폈다. 스윙스는 ‘king swings’라는 곡을 통해 한국 래퍼들을 광역으로 디스 하기 시작해고 이에 많은 래퍼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또한 얼마 전 쇼미 더 머니 시즌 9에서 스윙스가 스카이 민혁을 디스 하기 위해 컨트롤 비트를 사용하면서 다시 한번 더 대중들에게 그때의 추억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생각한다. 방송을 통해 보면서도 '이야 저 비트 진짜 오랜만에 듣네..' 하면서 한창 컨트롤 대란이 일어났던 그때가 떠올랐다.


컨트롤 대란이 일어났을 때는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을 70일 정도 앞둔 수험생이었다. 하루 종일 책을 보며 '검은 것을 글씨요 하얀 것은 종이일지니...'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보내던 고3 수험생들에게 컨트롤 디스전은 정말이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였다. 당시에 페이스북과 힙합LE, 사운드 클라우드 등의 커뮤니티를 통해 디스곡이 퍼지고 디스 한 래퍼들끼리 과거에 무슨 이해관계였는지 알아보는 것 또한 또 하나의 재미였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누가 이겼는지에 대한 토론을 나눈 것이 또 하나의 재미였다.


컨트롤 대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래퍼가 누구였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윙스, 사이먼 도미닉, 개코, 이센스라고 말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서로가 이해관계로 얽혀 있었고 힙합씬에서 알아주는 실력가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힙합이라는 문화가 대중문화로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어떻게 보면 컨트롤 대란이 디스라는 힙합의 한 문화를 통해 힙합을 대중들에게 선보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컨트롤 대란을 통해 힙합에 관심을 가진 사람 또한 적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다시 교실로 돌아가 보자. 당시에도 힙합은 주류 문화가 아니었기에 컨트롤 대란 초기에는 큰 관심을 갖는 친구들이 몇 없었다. 그러다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해 하나 둘 퍼지기 시작하였고 쇼미 더 머니에 출연해 화제성을 모았던 스윙스를 통해 시작되었다는 사실과 곡의 내용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혈기왕성한 학생들에게 충분히 자극적인 스윙스의 디스곡은 구미를 당기기 시작했고 다른 래퍼들이 맞디스를 시작하면서 판이 커지자 디스전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그렇게 매일 아침 쉬는 시간엔 "어제 00 디스곡 들어봤냐?", "누가 더 잘한 것 같냐?" 등의 대화가 일상이 되었고 나름 힙합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그 대화가 너무 즐거웠다. 힙합에 관심 없던 친구들도 컨트롤 대란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이끌려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해 매 쉬는 시간은 유사 토론회가 되어 누구의 디스곡이 더 좋았으며 누구의 승리에 가까운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컨트롤 대란이 일어났을 때 디스를 당한 래퍼들을 포함해 대란에 참여한 래퍼들이 참여하기 전 "control beat 다운 받았습니다"고 말하며 참가를 하곤 했는데 그 이후엔 이것이 하나의 밈이 되어 예능이나 일상에서도 사용되었다. 친구들끼리도 장난으로 디스를 주고받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컨트롤 비트를 다운 받았다고 말하며 장난스럽게 디스 랩을 주고받기도 했다.


아마 그 당시에 지금처럼 유튜브나 SNS가 더욱 유행하였다면 한동안 다들 컨트롤 비트를 틀고 자기 친구를 디스 하는 영상이 몇십 개씩 올라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영상을 본 친구는 자신의 SNS에 "control beat 다운 받았습니다"라고 만기면서 말이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를 통해 스윙스라는 래퍼를 처음 알게 되었다. 가리온과 드렁큰 타이거, 에픽하이를 통해 힙합을 접하고 있던 나에게 친구는 '스윙스'라는 래퍼를 아냐고 물어봤고, 모른다고 하자 친구는 "Punch Line 놀이"라는 곡을 들려주었다. 펀치라인 놀이라는 곡은 펀치라인 킹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스윙스가 가사 곳곳에 무수한 펀치라인을 녹여낸 곡으로 피처링 또한 우리가 웬만하면 다 알고 있는 버벌진트, 더콰이엇, 딥플로우 등이 참여하였다.


그 이후로 스윙스의 랩에 매력을 느꼈고 500 bombs, 본능적으로, i'll be there, No Mercy 등의 노래를 찾아 들으며 내 마음속 좋아하는 래퍼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스윙스가 디스전의 시발점이자 메인으로 자리 잡다 보니 스윙스를 좋아하는 나로선 당연히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었고 이를 계기로 주변 친구들에게 스윙스 노래를 추천하기도 하였다. 당시의 스윙스는 덩치도 있었는데 반에서 한 덩치 하던 나는 자연스레 김 스윙스가 되었다.


그렇게 컨트롤 대란이 더욱 뜨거워지고 정점에 이르렀을 때 사이먼 도미닉의 스윙스 맞디스곡의 한 구절 "고맙데이 씨X 문지후이!"는 전국의 모든 지훈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 봤지 않을까 싶다. 당시엔 "고맙데이 씨X 김지후이!"를 하루에 적어도 2번은 들었다. 어떻게 보면 이 또한 컨트롤 대란이 그만큼 파급력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뒤로 힙합은 대중문화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고 디스 또한 힙합의 한 문화로서 일상이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사용되었고 컨트롤 대란에 참여했던 래퍼들은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에 나와 당시의 썰을 풀며 좀 더 자신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시작하였다. 현재는 서로 서먹한 래퍼들도 있고 관계가 개선된 래퍼들도 있는데 만약 내가 그 당시에 디스전에 참여했던 래퍼고 친했던 친구를 공개적으로 디스 했으면 과연 그 이후에 친구를 어떻게 봤을까 궁금하긴 하다.


이번 쇼미 더 머니 시즌9에서 컨트롤 비트를 들은 개코가 마음이 무겁다고 한 것을 보면 아직까지도 이센스와의 관계는 서먹하거나 서로 상종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디스전이 재밌는 것은 이처럼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는 경우도 많지만 디스전을 통해 서로의 진심을 알고 서로 리스펙 하는 결말을 맞은 뒤 후에 '그땐 그랬지'하며 잘 지내는 경우를 보면 디스전은 랩으로 하는 하나의 대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대화가 원만하게 진행된다면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고, 서로 날이 선 채로 대화하면 소원해지거나 단절되는데 디스전은 자주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닌 쌓이고 쌓이다가 이젠 못 참겠다면서 하는 대화의 느낌이다. 근데 약간 디스곡으로 내다보니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친구한테 "야 내 얘기 좀 들어봐!! 얘가 이랬다니까!!!" 하는 느낌이랄까, 뭐 이건 내 개인적인 느낌이다. 힙합의 한 문화로서 디스전이 일어날 때마다 재미있게 보고 있지만 모든 디스전을 재밌게 보진 않는다. 가끔은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가끔은 왜곡된 사실로 네가 이랬다며? 너 이런 사람이라며? 하는 게 조금 유치해 보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엔 마냥 즐거워 보였는데 지금은 이런 생각도 드는 것을 보면 나도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비해 생각이 많아진 탓인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게 생각해보면 생각이 많아졌나 하고 생각하면서 또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웃기기도 했다. 무슨 말인지... 알지?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은 만큼 스윙스 또한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이번 쇼미 더 머니 시즌9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동안의 기간 동안 스윙스도 다양한 일이 있었고 많은 시련과 고난, 아픔을 통해 확실히 성장했다는 것이 너무나 잘 느껴졌다. 물론 감히 내가 뭐라고 말하는 것이 웃기긴 하지만 팬의 입장에서 이렇게 느껴졌는데 자기 자신은 얼마나 더 잘 느껴질지 궁금하기도 했다.


단순히 나이를 먹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연륜과 관록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을 다시금 증명했다는 것이 그저 놀랍다. 어쩌다 보니 끝맺음은 스윙스를 향한 팬심으로 채워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스윙스처럼 말하며 끝마쳐 봐야겠다.


"Upgrade 2020를 통해 내년은 내 거야,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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